국제유가 약세 속 2·3위 수입국이던 인도·튀르키예 수입 줄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의를 주재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강하게 옥죄고 있다. 국제유가 약세로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방 제재가 강화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돈줄은 점차 고갈될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원유 수출의 최대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1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산 원유를 원료로 제3국에서 생산된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효했다. EU 권역에서 석유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는 제품에 쓰인 원유 원산지를 증명하는 자료를 EU에 제출해야 한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였던 인도, 튀르키예 등 국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핀란드 비영리단체 에너지앤클린에어(CREA) 분석에 따르면 EU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개시한 2022년 12월부터 3년 간 러시아 원유 전체 수출량의 38%를 인도가, 6%를 튀르키예가 수입했다. 중국(47%)에 이어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많다. 인도,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사들여 제트 연료, 디젤 연료 등 상품으로 가공한 뒤 EU 권역에 수출해 왔다.
CREA는 이번 제재 발효를 앞두고 인도, 튀르키예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대폭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전달 대비 29% 줄었다. CREA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시행 이후 최저치"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투프라스 이즈미트, 투프라스 알리아가 정유소의 경우 지난달 기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달보다 69% 감축했다. 감축분은 이라크산 원유로 대체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하락세다. 러시아 R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35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RBC는 공급 과잉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인데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재제가 겹친 탓이라고 설명했다. EU와 영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47.60달러로 제한 중이다. 다음달 1일을 전후해 가격 제한은 배럴당 44.10달러로 더욱 강화된다.
뿐만 아니라 자유유럽방송에 따르면 EU는 다음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에 맞춰 새로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발표할 계획이다. 가격 상한제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 해상 운송을 전면 금지한다는 등의 조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 상한제를 회피해 러시아산 원유를 불법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서방의 제재를 받고있는 러시아에게 원유 수출은 중요한 자금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이 러시아산 원유 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미 외교협회(CFR)가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적극 개발,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제시장에서 원유 공급량을 늘려 유가 하락을 부를 공산이 크다.
스티븐 세스타노비치 CFR 러시아·유라시아 선임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이미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출 수익이 급감한다면 푸틴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원유 운송 문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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