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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시대] ‘태·세·광·율’ 매출 4000억 클럽 달성… M&A·기업 송무가 효자

조선비즈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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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시대] ‘태·세·광·율’ 매출 4000억 클럽 달성… M&A·기업 송무가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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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률 시장에서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로펌(태평양·세종·광장·율촌)이 나란히 연 매출 4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내수 경기 둔화와 기업들의 긴축 경영 속에서도 초대형 인수·합병(M&A) 자문과 기업 송무를 잇따라 수임하며 실적 기반을 확대했다. 로펌 업계에서는 “국내 로펌 시장의 외형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지난해 빅4의 매출액은 ▲태평양 4402억원 ▲세종 4363억원 ▲광장 4309억원 ▲율촌 408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4대 로펌의 합산 매출은 총 1조7154억원으로 전년(1조5436억원) 대비 약 11% 늘었다. 부동의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1조7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김앤장을 제외한 4대 로펌의 연 매출이 모두 4000억원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년 연 매출 3000억원 시대를 연 이후 불과 2년 만에 ‘4000억원 시대’로 넘어간 셈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로펌 업계에선 매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로펌의 주요 고객인 대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법무 비용을 줄일 경우 로펌 매출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 로펌들은 대형 M&A와 기업 송무·자문 부문에서 굵직한 사건을 잇따라 수임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태평양은 국가와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랜드마크 사건’을 연이어 수행하면서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 44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전년(3918억원) 대비 약 1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선 13년간 공들여온 6조원대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해 승소를 이끈 것이 대표적이다. 배상금 ‘0원’이라는 결과를 끌어내며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M&A 부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인수와 SK실트론 매각 등 대형 거래를 자문했다. 송무 부문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아일리아(Eylea) 특허 소송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전KPS 중대재해 사건 등을 맡으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그래픽=이은현

그래픽=이은현



세종은 전년(3698억원) 대비 약 18% 오른 436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M&A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업계 3위를 차지했다. 통합법인 시가총액 규모만 65조원으로 평가받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부터 기업가치 6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합작 법인 설립 등 고난이도의 대형 거래 자문을 연달아 수행한 결과다.

세종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대규모 해킹사고가 발생한 대기업들을 대리, ‘조사–규제–분쟁–형사’ 전 과정에 이르는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 및 대형 민·형사 사건을 수행하고 조세, 공정거래, 금융 규제, 노동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고도화된 대응 역량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전통적인 ‘M&A 명가’로 꼽히는 광장도 대형 M&A 사건을 수임하며 실적 성장을 꾀했다. 매출 순위가 2위에서 4위로 내려오긴 했지만, 매출액은 4111억원에서 4309억원으로 4.8% 성장했다. M&A 부문 매출만 놓고 보면 3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게 광장의 설명이다.


광장은 SK스페셜티 매각과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 등 SK그룹의 대대적인 리밸런싱 거래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SK온과 SK엔텀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스퀘어의 11번가 매각, SK이노베이션의 SK온·SK엔무브 소수지분 인수 등 모두 광장이 수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율촌은 40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3709억원) 대비 10%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율촌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 거래, 우리금융그룹(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보험(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 등 대형 거래 자문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을 대리해 영풍을 상대로 한 주주총회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송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한편, 법무법인 화우는 ’3000억 클럽’에 새로 진입했다. 지난해 국내 법인 매출액이 2812억원이었지만, 해외사무소 실적까지 포함하면 연매출이 3012억원을 기록했다. 2003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화우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한 2500억원 규모 계약금 반환 소송 승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사건에서도 삼성물산 경영진을 변론해 모든 심급 무죄 판결을 이끌었다.

한 4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덩치가 커진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했다는 점 자체가 쉽지 않은 성과”라며 “조 단위 M&A와 대형 기업 송무를 연이어 맡은 것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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