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얼마 안 남았는데, 가까운 급속충전소 어디 있어?" 운전 중 이렇게 물으면 차가 즉시 답한다. "2km 앞 충전소, 지금 빈 자리 3개, kWh당 390원입니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대화하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형 AI이 있다.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GPT-4, 제미나이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차량에 탑재하면서 음성비서가 기계적 명령 실행 도구에서 운전자 의도까지 파악하는 지능형 비서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차량 음성비서 시장이 2026년 32억 7천만 달러에서 2029년 54억 9천만 달러로 연평균 13.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서치네스터는 자동차 음성인식 시스템 시장이 2024년 33억 달러에서 2037년 203억 달러로 확대되며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확산,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맞물려 음성 인터페이스가 차량 제어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는 해석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대화하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형 AI이 있다.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GPT-4, 제미나이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차량에 탑재하면서 음성비서가 기계적 명령 실행 도구에서 운전자 의도까지 파악하는 지능형 비서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차량 음성비서 시장이 2026년 32억 7천만 달러에서 2029년 54억 9천만 달러로 연평균 13.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서치네스터는 자동차 음성인식 시스템 시장이 2024년 33억 달러에서 2037년 203억 달러로 확대되며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확산,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맞물려 음성 인터페이스가 차량 제어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는 해석이다.
명령어 외우던 시대는 끝났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차량 음성인식은 불편했다. "홍길동에게 전화", "내비게이션 꺼줘" 같은 정해진 표현만 알아들었고, 조금만 다르게 말하면 "다시 말씀해주세요"만 되풀이했다. 연속된 질문은 이해하지 못했고, 운전자는 매뉴얼에 나온 명령어를 외워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최신 AI 음성비서는 일상 대화를 그대로 이해한다. "오늘 미세먼지 심한데 창문 닫고 공기청정 켜줘"라고 하면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 "조금 전 추천해준 식당, 주차 편해?"처럼 이전 대화 맥락까지 기억한다.
이런 혁신은 챗GPT로 유명한 GPT 시리즈,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 덕분이다. 이들 모델은 방대한 언어 데이터로 학습해 사람처럼 문맥을 파악하고, 애매한 질문에도 적절히 대응한다.
완성차 업계, AI 음성비서 경쟁 본격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AI 음성비서를 차별화 무기로 삼고 있다.
볼보는 지난 21일 공개한 전기 SUV 'EX60'에 구글 제미나이를 세계 최초로 탑재한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이메일에서 호텔 주소 찾아서 내비게이션에 입력해줘"라고 하면 제미나이가 이메일을 검색하고 목적지까지 자동 설정한다. 향후에는 차량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해 "저 건물이 뭐야?"라는 질문에도 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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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올해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아마존의 '알렉사+'를 탑재한 신형 전기차 'iX3'를 선보였다. 알렉사+는 LLM 기반으로 자연어를 이해하며 "저녁 약속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는 길에 주유소 들러줘"처럼 복잡한 요청도 한 번에 처리한다. BMW는 2026년 하반기부터 독일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이후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테슬라는 시장별로 차별화된 AI 음성비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사 AI 기업 xAI가 개발한 '그록(Grok)'을 작년 7월 차량에 탑재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그록이 운전자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음성비서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그록은 2025.26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미국 내 AMD 프로세서 탑재 차량부터 베타 버전으로 제공되며,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서비스 또는 와이파이 연결이 필요하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는 작년 8월 현지 AI 기술을 도입해 음성비서를 업그레이드했다. 딥시크(DeepSeek)의 챗봇은 일상 대화와 뉴스 제공에,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Doubao)는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제어에 활용된다. 중국의 데이터 규제 정책에 대응한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비야디(BYD), 지리자동차 등 10개 이상 업체가 딥시크 기반 AI 기능을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운전자들도 AI 음성비서를 원한다
기술이 발전해도 운전자가 외면하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뜨겁다.
미국 음성AI 전문기업 사운드하운드가 미국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차량에 생성형 AI 음성 기능이 있으면 실제로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2%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운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음성명령이 아니다. 자신의 운전 습관과 선호를 학습해 먼저 제안하는 '예측형 비서'다. 예를 들어 평소 퇴근길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AI가 먼저 "자주 가는 카페 근처 지나갑니다. 들를까요?"라고 묻는 식이다.
기술 발전만이 답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 정확성이다. 특히 전기차 충전소처럼 실시간으로 상황이 바뀌는 정보는 최신성이 생명인데,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운전자는 허탕을 치고 신뢰를 잃는다.
개인정보 보호도 민감한 문제다. AI가 운전자의 이메일, 일정, 위치정보를 분석하려면 광범위한 데이터 접근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데이터는 차량 내에서만 처리하고 외부로 전송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 현재 AI 음성비서는 주로 고급 차종이나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대중화되려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내 중급 차종에도 기본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성이 차량 제어의 중심이 된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AI 음성비서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필수 인터페이스'로 본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될수록 운전자는 핸들과 페달에서 해방되고, 음성이 차량과 소통하는 주된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음성인식 시장 전체를 봐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2021년 83억 달러였던 음성인식 시장이 2026년 22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2024년 154억 6천만 달러에서 2032년 859억 달러로 연평균 23.1%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선도하고 아시아태평양이 빠르게 추격하는 구도다. 특히 중국, 한국 등에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음성비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유럽은 다국어 지원이 강점으로, 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AI 개발이 활발하다.
한국 업체들도 준비 중
국내 완성차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AI 비서 '글레오(Gleo)'를 개발 중이다. LLM 기반으로 운전자 음성명령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차량 제어부터 정보 검색, 콘텐츠 재생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글레오는 2026년 2분기 출시되는 신차부터 순차 적용되며 2030년까지 약 2천만 대 이상의 차량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네이버와 협력해 네이버의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글레오 AI에 적용한다. 운전자가 "출근길 브리핑해줘"라고 하면 하이퍼클로바X가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차량은 회사로의 길 안내를 시작한다. 동시에 네이버 앱을 통해 날씨, 뉴스, 일정 정보가 통합 브리핑되는 식이다.
기아는 AI 어시스턴트를 이미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국승용 기아자동차 CX팀장은 "기아 AI 어시스턴트는 운전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한국은 GPT-4 미니 모델을, 북미나 인도, 유럽, 중국은 각각 그 나라에 최적화된 LLM 파운데이션 모델과 서비스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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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차량 음성인식은 쓸모없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음성비서는 고급 옵션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 경험을 위한 기본 장비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단순 명령어 실행에서 자연스러운 대화로의 전환은 운전자가 차량을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AI 음성비서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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