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관세' 접고 유럽과 협상 속도내며 '골든돔 배치' 가시권에
중·러 영향력 확대 차단하며 그린란드 독점적 권한 확보 구상 본격화
핵심광물 접근권 확대도 노려…'그린란드 방위협정' 개정 가능성
최고강도 압박후 유리한 타협점 찾는 '트럼프식 거래 기술' 재확인 시각도
중·러 영향력 확대 차단하며 그린란드 독점적 권한 확보 구상 본격화
핵심광물 접근권 확대도 노려…'그린란드 방위협정' 개정 가능성
최고강도 압박후 유리한 타협점 찾는 '트럼프식 거래 기술' 재확인 시각도
트럼프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적 접근권'(total access) 개념을 꺼내 들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는 그린란드 매입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그린란드에서 사실상의 독점적 접근권을 확보하며 실리를 최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럽 국가들을 겨냥해 보복성 관세 조치까지 예고하며 고강도 압박을 이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치고 빠지기식' 접근을 통해 미국의 차세대 방공망인 '골든돔'의 그린란드 배치 등 전략적 실리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적 접근권에 대해 "그것에는 끝이 없고, 시간제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린란드에 '영구적·전면적 접근권'을 얻는 데 어떤 대가를 치르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I'm not going to have to pay anything)이라고 말했다.
영토 주권 이전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비켜가면서도 골든돔 등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군사력과 관련 시설을 배치할 수 있는 사실상의 '준(準) 주권적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과 협의를 통해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프레임워크)을 마련했다"면서 그린란드에 파병했던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에 선을 긋고 관세 부과 조치까지 접으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 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서며 실질적인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지정학적 요충지로 강조해 온 그린란드에 골든돔을 배치하는 구상이 급진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린란드에 접근권을 가질 때 그것(골든돔)은 훨씬 더 잘 작동한다. 더 넓은 영역을 더 정확하게 덮게 된다"며 "우리는 아무런 비용 없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방공체계인 아이언돔과 유사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 미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400∼1천기의 관측·추적용 인공위성과 200기의 공격용 인공위성을 띄우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돔을 완성하기 위해 그린란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각도와 범위 등을 고려할 때 그린란드가 포함돼야만 골든돔의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 항구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순찰함 |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은 일단 골든돔을 그린란드에 배치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확장하는 효과는 물론,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접근권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읽힌다.
유럽 역시 미국의 이 같은 방향성에 일단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이번 협상이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결코 발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폭스에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안보, 투자, 경제를 등 모든 걸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며 주권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그동안 그린란드를 미국에 매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린란드 내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951년 미국과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근거로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고 미군 병력과 장비를 대거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개정할 수도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 견제를 위해 만든 이 협정에 따라 현재도 그린란드 북단에 공군 우주기지를 두고 있다.
또는 미국 정부가 군사적 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군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받도록 자유연합협정(COFA) 같은 별도의 협정이 추진될 수 있다.
미국은 남태평양 도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등과 COFA를 체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뿐 아니라 그린란드의 희토류 등 풍부한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그린란드 합의에 포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그린란드 상황을 계기로 다시 한번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한 뒤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타협점을 찾는 패턴이 이번에도 확인됐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가 군사력 사용까지 배제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해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발표한 것에는 그렇게 해서 그린란드 소유권을 얻으면 가장 좋지만, 얻지 못하더라도 협상의 출발점을 높임으로써 자국에 유리한 타협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동맹국을 상대로 극한의 강압책을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기술'이 단기적으로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 상실을 초래함으로써 더 큰 것을 잃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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