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품목 허가 신청…‘국산 1호’ 탄생 가시화
HK이노엔 3상 환자 모집 완료…상용화 속도전
일동·셀트리온·삼천당 등 제형 다변화 전방위 공세
HK이노엔 3상 환자 모집 완료…상용화 속도전
일동·셀트리온·삼천당 등 제형 다변화 전방위 공세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는 가운데, K-바이오 기업들은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와 투약 편의성을 무기로 ‘포스트 위고비’ 시대를 준비 중이다.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비만 치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품목허가 신청(NDA)을 완료하며 상용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약물로, 이미 수년간의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았다.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허가 신청 직전인 지난해 11월 말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제62호 품목으로 지정됐다. GIFT 지정 시 전담 심사팀이 배정되고 우선 심사 혜택이 주어져 일반 심사 대비 기간이 약 25% 단축된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 내 국내 공식 출시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한미약품은 또한 지난 21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추가로 승인받으며, 비만과 대사질환을 동시에 공략하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의 중장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추격세도 매섭다. HK이노엔은 지난 20일 주 1회 투여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IN-B00009(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대상자 모집을 완료했다. 지난해 9월 첫 환자 등록을 시작한 지 단 4개월 만에 목표 인원인 313명을 모두 채우는 속도전을 보여줬다.
HK이노엔은 40주간의 투약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초 허가 신청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IN-B00009’는 이미 중국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해당 결과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랜싯(Lancet)’에 게재될 만큼 학술적 근거도 탄탄하다.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구용(먹는 약)’ 비만치료제 분야에서의 승부수도 관전 포인트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임상 1상에서 우수한 내약성과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으며, 글로벌 기술수출을 목표로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자체 경구화 기술인 ‘ORAL-S’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디앤디파마텍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멧세라가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비만 신약 ‘DD02S’는 사실상 화이자의 핵심 비만약 파이프라인으로 편입돼 글로벌 상용화 단계를 밟게 됐다.
여기에 셀트리온과 삼천당제약이 가세하며 경쟁은 더욱 입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기존 바이오시밀러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가주사가 용이한 ‘4중 작용 비만 신약(CT-G32)’과 ‘경구용 비만약’ 투 트랙 전략을 공식화했다. 특히 CT-G32는 근손실 방지 등 차별화된 기전을 앞세워 2027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천당제약은 독자적인 경구화 기술인 ‘에스패스(S-PASS)’를 활용해 세계 최초의 위고비 경구용 제네릭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 및 유럽 제약사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통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부터 제네릭, 경구제까지 K-바이오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올해 말부터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