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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차별" 트럼프 정부 호출한 쿠팡측…한미통상분쟁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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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차별" 트럼프 정부 호출한 쿠팡측…한미통상분쟁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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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에 직접 개입을 요청하면서 한미통상 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입니다.

이미 반도체 관세 등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쿠팡 관련 문제까지 부상하면 한미관계에 부담이 수도 있습니다.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현지시간 22일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고, 이 때문에 주가 하락 등 손실을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이 제한적인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구실로 범정부 차원에서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청원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으며, 쿠팡 모회사 의결권의 70% 이상을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린옥스의 창립자 겸 파트너인 닐 메타는 쿠팡Inc의 이사회 멤버입니다.

쿠팡에서 작년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강도 높게 대응해왔습니다. 하지만 쿠팡 등 미국 기술기업을 대변하는 미국 재계 단체와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쿠팡도 이 사안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의회에 적극 로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팡 투자자들의 이번 움직임은 미국 정부의 직접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미국 재계·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문제 제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쿠팡 투자자들이 USTR에 조사를 청원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차별적 정책으로 미국의 무역이 제한될 경우 행정부에 대응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입니다. 이해관계자 누구나 조사를 청원할 수 있으며, USTR은 45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45일 안에 쿠팡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 청원으로 행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생긴 셈입니다. 조사 개시 자체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로서는 그 전에 미국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USTR이 조사에 착수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에 나서게 되며, 협의가 결렬되고 미국의 권리 침해가 인정되면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등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쿠팡 투자자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 한국 서비스 제공 제한 등을 청원한 상태입니다.

특히 301조 조사가 시작되면 쿠팡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전반으로 쟁점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온라인 플랫폼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 등을 두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우려를 제기해왔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과거 무역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 규제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301조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 기업만을 겨냥한 차별은 없으며, 디지털 규제는 모든 국가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관세를 부과하며 한미 FTA를 훼손한 상황에서, 한국의 협정 위반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그럼에도 쿠팡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친중 성향'으로 규정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미국 내 반중 정서를 활용해 행정부 개입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워싱턴 정가에는 여전히 한중 밀착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하다는 점도 이런 판단에 힘을 싣습니다.

한국 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조사일 뿐, 통상이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방미 기간 중 이 같은 입장을 USTR 측에 전달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쿠팡이 사실상 미국 기업이라는 점과, 대미 로비를 통한 역공 가능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대응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쿠팡 투자자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 여권 인사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가 쿠팡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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