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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로고 빼닮은 '트럼프의 평화위원회'…유엔 체제 흔드나

연합뉴스 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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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로고 빼닮은 '트럼프의 평화위원회'…유엔 체제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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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서 평화위 서명식…트럼프, 가자지구 넘어 관여확대 시사
유엔중심 다자주의 국제질서 훼손 우려…'관심 못끌것' 회의론도
유엔총장 "지도자들, 국제법 짓밟으면 위험한 선례 만드는 것" 우회비판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의 트럼프 대통령[다보스<스위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의 트럼프 대통령
[다보스<스위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위원회가 당초 구상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을 넘어 역할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엔의 안보·평화 유지 임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외교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유엔 무시 및 우회는 유엔이 강대국 간 이해관계 대치로 주요 분쟁 이슈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무능력'을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외교가에선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인 현 유엔이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는 평화위원회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비판한다.

◇ 평화위, 가자지구 전쟁종식·재건 목표 임시기구로 설계

2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위원회 헌장 초안에는 위원회가 국제법에 따른 평화구축 기능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원회의 초대 의장인 미국 대통령은 위원회 결정에 대한 거부권과 회원국 해임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집행 권한을 갖게 된다.


회원국은 3년 임기로 제한되지만, 활동자금으로 10억 달러를 납부하면 영구 회원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헌장에 가자지구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이하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제시하면서 과도 통치기구로서 평화위원회 설립을 처음으로 제안한 바 있다.


제안 당시 평화위원회가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을 포함한 식민 지배 국가들을 상대로 이뤄진 유엔의 신탁통치 기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자이사회(안보리)는 지난해 11월 평화위원회의 설립을 승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 평화위원회의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해줬다.

유엔 안보리 회의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엔 안보리 회의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유엔에 부정적' 트럼프, 평화위원회 역할 확대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를 가자지구를 넘어 전 세계 분쟁 지역에 관여하는 기구로 확대해 사실상 유엔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계기에 진행한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에서 유엔과 협력하겠다면서도 "가자지구에서 성공하면 다른 사안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집권 2기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평화위원회의 유엔 대체 가능성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평화위원회의 로고가 유엔 로고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재건 관리를 명분으로 내건 평화위원회가 사실상 처음부터 유엔을 대체하겠다는 의도에서 추진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부터 유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후 처음 이뤄진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나는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이 미국에 적대적이라고 비판하며 2기 출범 후 환경, 인권, 다양성 등과 관련한 유엔 의제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달 초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유엔 산하 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들 기구가 "미국의 국가 이익, 안보, 경제적 번영, 주권에 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라고 비판했다.

임무 수행 중인 레바논유엔평화유지군(UNIFIL)[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임무 수행 중인 레바논유엔평화유지군(UNIFIL)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유엔 전례없는 위기 속 개혁논의는 '공전'

유엔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강대국 간 대치와 미국의 지원금 중단으로 유엔 체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제평화 및 안보 유지에 일차적인 책임은 유엔 안보리가 지고 있지만, 국제 역학관계 변화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오랜 기간 받아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쟁일수록 문제 해결 능력에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안보리가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다.

러시아는 지난 2024년 4월 거부권을 행사해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제재위반 감시기구의 활동을 종료시키기도 했다. 유엔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기에 앞서 제재 위반을 감시할 기구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안보리를 포함한 유엔 개혁은 국제 사회의 오랜 논의 쟁점이 돼왔지만, 이 역시 강대국 간 이해관계 대립에 가로막혀 논의에 큰 진전을 보이는 데 실패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개막 연설에서 "우리에게는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잘려 나가고 있다"며 전쟁의 잔해 속에 유엔이 창립된 지 80년이 지난 지금 세계가 무모한 파괴와 끝없는 인간 고통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외교가 "'유엔 향한 직접 공격" 우려…"관심 못끌 것" 회의론도

외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의 역할 확대 시도에 대해 유엔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평화위원회가 유엔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평화위원회 출범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체제를 해체하고 자신이 중심이 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려는 최근 사례"라고 분석했다.

마크 웰러 케임브리지대 국제법 교수는 NYT에 "이는 유엔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며 "이 계획은 한 개인이 자신의 모습대로 세계 질서를 장악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로이터에 "유엔 헌장의 근본 원칙을 무시하는 '트럼프 유엔'"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은 미국의 평화위원회 참여 요청을 대부분 거절하거나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평화위원회 참여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그의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로버트 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구상에 대해 AP통신에 "많은 관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라고 말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화위원회 서명식 관련 질의에 "안보리 결의안은 가자 평화위원회 창설을 환영했다"며 "우리는 미국과 잘 협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유엔 헌장은 국제 관계의 토대이자 평화, 지속가능한 발전, 인권의 기반"이라며 "지도자들이 국제법을 짓밟고 어떤 규칙을 따를지 골라서 선택할 때 그들은 세계 질서를 훼손하고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개인이 글로벌 담론을 왜곡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적 토론의 조건을 좌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불평등과 제도 및 공유된 가치의 부패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평화위원회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나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은 평화위원회 역할 확대 등을 겨냥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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