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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젠 메모리가 핵심” 내년 D램·낸드 시장 ‘1000조 벽’ 넘는다

서울경제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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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젠 메모리가 핵심” 내년 D램·낸드 시장 ‘1000조 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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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35>
단순 학습 넘어 AI 추론 시대 개막
2027년 시장 규모 1137조 원 전망
HBM 넘어 LPDDR·SSD 낙수효과


“인공지능(AI), 이젠 메모리가 핵심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단순한 수급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 재편’ 단계에 진입했다. AI의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실시간 추론과 행동으로 진화하며 메모리가 연산의 보조 도구가 아닌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견줄 정도의 핵심 제품으로 격상되면서다. 슈퍼사이클을 넘어 하이퍼붐(초강세장)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메모리 시황은 2027년까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23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메모리 시장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5516억 달러(약 744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27년에는 전년보다 53% 성장한 8427억 달러(약 1137조 원)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000조 원 클럽’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황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로 접어들며 D램과 낸드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도 DDR5 대신 LPDDR 선택
맥락 연결 돕는 ‘콘텍스트 메모리’ 부상


변화의 진원지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다. 이 칩에 들어가는 데이터처리장치(DPU)인 ‘블루필드4’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저전력 D램(LPDDR5X) 128기가바이트(GB)를 탑재한다. 전작인 블루필드3가 DDR5 32GB를 썼던 것과 비교하면 용량이 4배나 폭증했다. 주목할 점은 모바일에 주로 쓰였던 LPDDR을 대거 채택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콘텍스트 메모리(Context Memory)에 있다. AI가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과거 대화 맥락을 끊김 없이 기억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붙들고 있어야 한다. 전력 효율이 좋고 속도가 빠른 LPDDR5X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 부하를 덜어주는 최적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GPU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중국이 메모리 용량 증대로 AI 성능 개선을 꾀하는 점도 메모리 수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발표한 엔그램(N-gram) 기술은 자주 쓰는 데이터를 미리 D램에 저장해두는 ‘오픈북’ 방식을 제안했다. 비싼 GPU를 늘리는 것보다 범용 D램 용량을 키우는 게 AI 성능 향상에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실제 범용 D램인 DDR4 8Gb 제품 고정 거래가는 지난해 6월 2.6달러에서 12월 9.3달러로 6개월 만에 3배 넘게 뛰었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등 로봇 시장의 개화도 메모리 업계에는 대형 호재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로봇은 전력 효율이 필수여서 모바일용 D램인 LPDDR 사용이 불가피하다.



서버 1대에 낸드 1.1페타바이트 탑재
물량 잠기며 유통가 “80% 인상” 소동





낸드 역시 AI의 장기 기억 저장소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6 특별연설에서 추론 콘텍스트 메모리 스토리지(ICMS) 시스템을 통해 자주 쓰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데이터를 대용량 기업용 SSD(eSSD)에 저장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 보고서는 베라 루빈 기반의 ‘NVL72’ 서버 랙 하나에 1.1페타바이트(PB)의 낸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신 스마트폰 4000대 분량의 저장 공간이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셈이다. 128기가비트(Gb) 멀티플레벨셀(MLC) 기준 낸드 가격은 지난해 6월 3.12달러에서 12월 5.74달러로 80% 이상 급등했다.


시장이 과열되자 유통가에서는 웃지 못할 소동도 벌어졌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대만계 유통사로 추정되는 업체에서 메모리 제품 가격을 일괄 80% 인상했다는 공지했다는 소식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에 80% 인상은 과도하다”면서도 “실제 고정 거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 초 20~30% 급등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60%, 38%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시스템 전반이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지속 상승 중으로 일부 글로벌 IB는 양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각각 1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궁금한 사항이나 건설적인 논의, 제안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메일 gap@sedaily.com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후속 취재해 다음 시리즈에 반영하겠습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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