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소집 예고했지만 아직 조용
정치국 회의 無…일정 관측 엇갈려
경제·대외 전략 막판 조율 분석
북한의 제9차 당대회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이 연초라고 예고했던 제9차 당대회와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통상 선행되는 정치국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일정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대회가 향후 5년간 국가 운영 방향과 대외 전략을 공식화하는 최고 정치행사라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대외 노선과 경제 정책 등을 둘러싼 최종 조율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대회는 조선노동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당의 노선과 정책, 전략 전반을 결정한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향후 5년간의 대내외 정책 방향과 군사·경제·사회 전반의 노선을 제시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9차 당대회를 올해 2월에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도 지난해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 초 당대회 소집'을 공식화한 바 있다. 정보당국 안팎에서는 현재로서는 2월 개최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22일까지 북한이 당대회 개최를 위한 가시적인 절차에 착수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당대회 개최 이전에 열리는 정치국 회의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 북한은 2020년 12월 29일 정치국 회의를 연 뒤, 이듬해 1월 5일 8차 당대회를 연 바 있다. 이에 정치국 회의 개최 여부가 당대회 일정의 가늠자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당대회 준비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2021년 1월 1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8차 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이 열려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일각에서는 당대회 준비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당대회 시점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며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압송, 그린란드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가 많아 북한 입장에서는 대외 환경을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제시할 만한 경제 성과가 마땅치 않아 당대회가 아직 개최되지 않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경제 부문 부실과 간부 기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단행한 점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기조는 외부로 드러났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평안남도 안주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촉매생산기지 준공 소식을 전하며 '화학공업상 김선명'이 준공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까지 화학공업상을 맡았던 김철하가 교체된 것으로, 구체적인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전후로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대화 공사 준공식 현장에서도 기계공업 분야를 담당하던 양승호 내각부총리를 전격 해임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당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그가 반당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원래 그 모양 그 꼴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강 확립이나 인사조치는 당대회를 앞두고 통상적으로 반복되는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대회 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당대회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
이런 상황에서 당대회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당대회를 매우 치밀하게 준비한다"며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현재 단계만으로 이상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정치국 회의가 열리면 당대회 소집이 공식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 대북 소식통은 "당대회는 지난 5년을 평가하고 향후 5년의 국가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며 "여러 측면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점이 당대회 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당대회의 관전포인트로 경제 성과 평가와 대외 메시지가 꼽힌다. 8차 당대회 때처럼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와 결정서 채택을 통해 대미·대남 기조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일부 의제만 뚜렷하게 제시되기보다는 경제 분야와 대외 관계, 군사, 사회·문화 분야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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