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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본부장 “택배기사 등 모든 노무제공자에 산안법 전면 적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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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본부장 “택배기사 등 모든 노무제공자에 산안법 전면 적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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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기업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쿠팡은 은폐만 하려고 했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2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규정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의무를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논란이 집중된 쿠팡 사례를 계기로 노동법상 구멍을 메워나가겠다는 뜻이다. 류 본부장은 이재명 정부의 산재 근절 정책에 따라 차관급으로 격상된 산업안전본부장으로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그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이자, 안전보건정책 전문가다.



류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주 6일 새벽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쿠팡 택배기사(퀵플렉서) 오승용씨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른바 ‘오승용법’이 필요하다. 새벽배송을 하는 쿠팡 택배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산안법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산안법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중심으로 정하고 있다. 한 예로 야간노동으로 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특수건강검진이나 폭염 때 휴식 보장 등은 대표적인 노무제공자인 택배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류 본부장은 쿠팡과 같은 장시간·야간 노동에 따른 ‘과로질환’의 예방 조치도 산안법 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간작업 도중 휴게시간과 야간작업을 마친 이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방안부터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지도·권고 수준인) 직무스트레스에 따른 건강장해 예방 조치 의무도 보건조치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본부장은 산안법의 벌칙 체계 개편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산안법 벌칙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형사처벌 중심이다. 예방의 효과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경제적 제재를 받느니 안전보건 예산을 투자하도록 대표이사 등에 대한 자유형(징역·금고)보다 법인에 대한 재산형·과징금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우선이냐, 개선 지도가 우선이냐는 지금도 논쟁이 되고 있다. 류 본부장은 전문성이 있는 산업안전감독관의 재량이 강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관이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즉시 개선을 명령하고, 필요하면 작업중지 권한도 적극적으로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며 “같은 안전보건조치 위반이라도 산재 예방이라는 목적에 따라 지도-개선조치-작업중지-사법처리(형사입건)에 대한 감독관의 재량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제도 개선 방향을 밝혔다.



류 본부장은 지금까지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맛없는 당근, 안 아픈 채찍’에 빗댔다. 그는 “산재 예방을 위한 지원사업이 많지만 규제·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맛있는 당근’을 제공할 것”이라며 “(안전보건 수준이 미달한 기업에 대해선) 유효한 수준의 경제적 제재와 사전적인 작업중지를 통해 ‘아픈 채찍’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류 본부장이 추진하겠다는 산안법 적용 대상 확대는 경영계가 반대하고, 경제적 제재 중심의 벌칙 체계 개편은 노동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비판이 있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기업과 산업재해 유가족,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하겠다.” 류 본부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정 협의기구인 ‘안전한 일터 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오랫동안 수면 위로 내놓지 못하고 각자 고민만 해왔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제 욕심”이라며 “안전보건에 관한 노사정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면, 산재 사망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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