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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파괴 ‘수정주의’ 트럼프…서방, 반발하지만 끌려다니는 답답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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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파괴 ‘수정주의’ 트럼프…서방, 반발하지만 끌려다니는 답답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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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기한 그린란드 사태는 서방 동맹뿐만 아니라 기존 국제 질서의 와해를 예고했다. 오히려 미국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린란드를 합병하겠다는 트럼프의 요구는 그가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무력 사용을 배제하고 유럽국가에 부과하겠다는 보복관세도 철회하면서 일단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하지만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미국의 동맹들도 기존 질서의 종언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0일 “우리는 전환이 아닌 단절의 한가운데 있다”며 “오래된 세계질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 부르던 체제에서 번영했고” “미국의 패권은 공공재 제공에 기여했”으나, 이제 그런 “거래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의 지적처럼 2차대전 이후 국제 질서는 미국의 패권, 규칙 기반, 서방 동맹, 그리고 다자주의로 정의된다. 2차대전 이후의 국경과 영토를 변경 않는 현상유지 원칙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자신들이 정의하고 주도하던 이 모든 것들을 뒤엎었다.



지난해 11월 유럽 외교위원회(CFR)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10개국 시민 16%만이 미국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여기고 있다고 드러났다. 2024년 조사에선 21%가 이렇게 답했다. 영국에서도 2024년 37%에서 지난해 25%로 낮아졌다.



오히려 미국이 그동안 기존 국제 질서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비난하던 중국이 이제는 규칙 기반과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에 대한 성토장이 된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20일 중국은 결코 고의적으로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세계의 공장일 뿐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세계의 시장이 기꺼이 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중국이 “메가 사이즈 규모의 시장”을 이용해서 “더 힘차게” 수입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트럼프가 유엔을 대체하려는 듯 주도하는 ‘평화위원회’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 국제법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질서,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과 형제 국가로 불렸던 캐나다의 카니 총리는 지난 16일 중국 방문에서 양국의 주요 교역품의 관세를 인하하는 무역합의를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중국을 기존의 글로벌 교역망에서 차단하는 미국의 디커플링에 동참했던 캐나다는 이제 중국과의 관계 확대를 통해 미국 의존 줄이기에 나섰다.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이 공언하는 대로 규칙 기반과 다자주의로 채울지,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도 각자의 세력권을 굳히는 세력권 분할 질서로 갈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기존 국제 질서의 버팀목으로서 자신이 주도했던 대서양 양안 동맹을 허물고 있는 현실이나 이 동맹에 속했던 국가들은 아직도 미국 외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미국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등장 이후 국제 질서의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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