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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공천헌금과 ‘99만원 선거론’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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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공천헌금과 ‘99만원 선거론’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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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강선우 의원, 김경 서울시의원, 강선우 의원 전 보좌관 남아무개씨. 연합뉴스

왼쪽부터 강선우 의원, 김경 서울시의원, 강선우 의원 전 보좌관 남아무개씨. 연합뉴스




김해정 | 정치팀 기자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올해도 선거가 있다. 당장 넉달 반 뒤 있을 6·3 동시 지방선거다.



당선자가 무려 4천명을 넘는 선거지만, 사람들 관심은 적다. 투표율만 봐도 통상 50%대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77%), 2년 전 국회의원 선거(67%)와 견주면 한참 낮다. 그래서일까, 지방선거 시계도 대선·총선과 달리 한참 느리다. 아직 국회에서 지방선거는 뒷전이다. 나 역시 지방선거 기사는 거의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돌연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홍보영상이 에스엔에스(SNS)에서 바이럴 됐다. 고작 32초짜리 영상 조회수가 2주 만에 200만을 넘었다.



“개혁신당에서는 99만원이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흥미가 생기긴 했다. 다른 영상을 더 찾아봤다. 이번엔 좀 더 노골적이다.



“정치하려면 최소 몇천만원 드는 거 알고 계신가요? 뇌물 달라, 심사비 내라, 부패한 정치인, 정당 그리고 업체들이 중간에서 다 떼먹으니까 비싼 겁니다. 당비 2천원만 내면은 심사합니다. 그리고 99만원이면 선거 홍보물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정치하려면 돈이 든다는, 저 말은 맞긴 하다. 일단 당 후보자 자격을 얻기 위해 당에 납부해야 하는 심사 비용(기탁금)만 최소 100만원이다.(기탁금은 수많은 지원자에 대한 심사 실비이자 무분별한 출마를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당마다 다른데, 광역의원, 시·도지사일수록 더 비싸다.) 후보자가 된 다음엔 돈이 더 많이 든다. 선거운동원도 고용해야 하고, 동네에 펼침막도 걸어야 하고, 유세차도 돌리면 보통 기초의원만 3천만원 정도 든다고들 한다.



그래서 개혁신당의 99만원 선거론은 파격적이다. 그런데 진짜 가능한가. 개혁신당 설명은 이렇다. 일단 당에 내는 심사비를 없앴다. 온라인으로 후보 신청을 받고, 온라인으로 심사할 거라 오프라인 심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꼭 필요한, 가구마다 발송되는 선거공보물, 지역 주민에게 뿌릴 명함, 홍보용 손팻말은 개혁신당에서 제작해준다. 이 비용이 99만원이다. 이와 별개로 후보자 지역별 공약, 선거 전략도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고 한다.



온라인 반응은 나쁘지 않다. 개혁신당 홍보 영상엔 “참신하다”, “나도 하고 싶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물론 조롱도 있다. 99만원으로 출마는 할 수 있어도 당선은 어렵다는 얘기다. 경쟁자인 다른 후보는 거대 양당 인프라와 조직을 등에 업고 선거운동 하는데, 후보자 홀로 양적·물적 도움 없이 당선될 수 있겠냐는 거다. 일견 공감은 간다. 지난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535억원)·국민의힘(449억원) 후보의 15분의 1 수준인 28억원만 썼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두자릿수 득표율도 얻지 못했다.(개혁신당은 3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선 대선과 달리 승산이 있을 거라 보고 있다.)



그래도 개혁신당의 실험에 기대를 걸고 싶다. 최근 김경 민주당 서울시의원의 공천헌금 1억원 의혹에 새삼 충격을 받았던 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때아닌 ‘돈 공천’ 논란에 잠시나마 기죽었던 정치 신인들이 이번에 다시 용기를 내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출마하고 정치하면 좋겠다. ‘돈 없이 정치 못 한다’는 오랜 여의도 공식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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