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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키운 100년 전 관세와 닮은꼴…트럼프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only 이데일리]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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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키운 100년 전 관세와 닮은꼴…트럼프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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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트럼프 관세의 폭주
‘국제통상 전문가’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1930년 美 '스무트-홀리 관세법' 후
자국 우선주의, 배타적 국가주의 득세
세계 무역량 3분의 2로 쪼그라들어
트럼프, 비경제적 이슈까지 명분 동원
재집권 후 평균 관세율 한때 2...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870년부터 1914년까지 약 반세기는 ‘1차 세계화’의 황금기였다. 증기선과 전신이 대륙을 연결했고 금본위제 아래 자본이 국경을 넘어 흘렀다. 유럽 열강은 식민지를 거느리며 전 세계적 분업 체계를 구축했다. 그런 세계화에도 어두운 이면은 분명히 있었다. 제국주의 열강 간의 경쟁이 격화했고 결국 1914년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성이 1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열었다.

(그래픽=나노바나나)

(그래픽=나노바나나)


전쟁은 4년 만에 끝났지만 곧이어 더 큰 재앙이 닥쳤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휩쓸어 5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쟁과 팬데믹의 이중 충격 속에서 세계화에 대한 믿음은 급속히 식어갔다. 각국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국경의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이것이 ‘1차 탈세계화’의 시작이었다.

1920년대 미국 경제 과잉 생산의 그림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표면적으로 호황이었지만 과잉 생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유럽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느라 소비력이 줄면서 미국산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 이에 미국 의회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켜 2만여 개 수입품에 역사상 최고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다. 농업과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교역국이 즉각 보복 관세로 응수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보복에 나선 국가로의 미국 수출은 약 28~32% 급감했고 특히 자동차 등 핵심 수출품은 33%나 추가 하락했다. 세계 무역량은 1929년에서 1934년 사이 약 3분의 2로 쪼그라들었다. 스무트-홀리는 대공황을 촉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대공황’으로 확대·심화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경제적 내셔널리즘은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반 자유무역, 즉 ‘보호무역주의’다. 다른 하나는 ‘반 이민 정책’이다. 1930년대 이 두 흐름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배타적 국가주의가 득세했다. 독일에서는 나치가 집권해 유대인 학살이라는 인류 최악의 비극을 저질렀다. 결국 세계는 다시 전면전으로 빠져들었고 2차 세계대전은 60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남겼다.

전쟁이 끝난 후 전승국들은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자국 우선주의로 가면 모두가 다친다.’ 이 합의 위에서 유엔(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이 출범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이 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도 이때 탄생했다. 국제 규범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상호 의존적 분업 구조가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았다. ‘네가 없으면 내가 못 사는’ 구조를 만들어 전쟁의 동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이것이 ‘2차 세계화’의 기반이다.


트럼프 집권 2기, 역사는 반복하는가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과 함께 ‘2차 탈세계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2025년 트럼프 2기 집권 1년을 맞은 지금, 관세는 국제 통상의 핵심 무기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전방위 관세 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재집권 직후인 지난해 2월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본관세 10%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선포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한때 145%까지 치솟았다. 1930년 스무트-홀리법의 평균 40~5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5%에서 2025년 4월 27%까지 급등했다. 펜타닐, 불법 이민 같은 비경제적 이슈까지 관세의 명분으로 동원됐다.

이 같은 모습은 100년 전과 닮은 점이 많다. 1920~1930년대가 2차 산업혁명(전기혁명)의 한복판이었듯 지금은 4차 산업혁명(AI혁명)이 진행 중이다. 기술 패권 경쟁이 관세 전쟁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국 우선주의 정서가 확산했고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이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규범 기반 질서’는 퇴조하고 ‘힘 기반 외교’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오늘날 관세는 단순한 보호 수단이 아니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극단적 압박 후 협상으로 선회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중국과는 지난해 5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 145%를 30%로 낮췄고 11월에는 20%까지 인하했다. 한국·일본·EU와는 양자 협상을 통해 15% 선에서 합의했다. 캐나다·멕시코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준수 제품에 한해 무관세를 유지했다. 인류가 1930년대의 비극을 경험했기에 전면적 파국보다는 ‘거래적 질서(Transactional Order)’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