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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쏙 빠진 평화위 헌장…국제질서 균열 우려에 우방도 멈칫

연합뉴스 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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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쏙 빠진 평화위 헌장…국제질서 균열 우려에 우방도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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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 평화" 방향성 모호…'종신 의장' 트럼프 마이웨이만 뚜렷
유엔 패싱, 러 초청, 그린란드 야욕…반감 겹쳐 초청받고도 외면
평화위 출범 선언하는 트럼프[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평화위 출범 선언하는 트럼프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잡는 '평화위원회'가 22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 명확한 활동 방향에 대한 윤곽이 없어 궁금증을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모든 분쟁지역에서 평화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지만, 실제로 유엔에 맞먹을 수준의 국제기구로 키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당수의 서방 국가는 최근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대한 반감 속에 초청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이고, 참여 의사를 밝힌 일부 국가 사이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릴 정도로 평화위를 둘러싼 역학구도가 복잡하다.

가자지구[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자지구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헌장서 설립 취지 '가자지구' 쏙 빠지고…"트럼프가 종신 의장"

평화위원회 설립 방안은 작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20개항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서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할 조직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등 갓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국가들을 상대로 한 유엔의 신탁통치 기구와 유사한 개념이다.


같은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에 따라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고, 이어 11월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 구상을 지지하는 결의를 내놓으면서 평화위 구성도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이달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초청장에 첨부된 평화위 헌장을 살펴보면 총 13개 장(章)으로 쓰인 조문 어디에도 정작 '가자지구'라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입수해 보도한 헌장 전문을 보면 평화위 임무와 목적, 기능을 담은 1장은 "평화위는 분쟁으로 피해를 봤거나 분쟁의 위협을 받는 지역에서 안정을 증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합법적 통치를 회복하며, 지속적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단순히 가자지구 재건으로 역할을 한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평화위가 유엔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가자지구에서 성공하면 다른 사안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 가입·탈퇴 절차도 특이하다.


헌장 2장은 "평화위 회원국 자격은 의장의 초청을 받은 국가로 제한한다"고 돼 있고, 3장에는 "도널드 J. 트럼프가 평화위 초대 의장으로 재직한다"고 못박았다.

의장 임기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종신 의장'을 맡아 평화위 운영과 논의의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평화위 참여 안해' 마크롱[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평화위 참여 안해' 마크롱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러·우크라 함께 초청' 각종 논란에 참여 저조…가자지구 해법도 난망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장에서 평화위 출범을 선언하면서 총 59개국이 헌장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초청장을 받은 60여개국 중 참여를 결정한 나라가 20여개국에 불과해 당장 추진력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현재 상태에서 평화위를 '개문발차'한 뒤 가입국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이다.

각국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참여 의사를 확실하게 밝힌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26개국이다.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벨라루스, 불가리아, 이집트,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요르단, 카자흐스탄, 코소보, 쿠웨이트, 몽골, 모로코, 파키스탄, 파라과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이 포함된다.

반면 프랑스,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스웨덴, 영국 등은 초청을 받았지만 참여에 부정적이다.

특히 유럽연합(EU) 핵심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는 평화위가 유엔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으로 초청을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중심의 정통성 있는 국제질서를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외교에 대한 반발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 영국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초청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손길을 뿌리친 상태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도 초청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유럽 주요국과 긴장이 고조된 것도 상당수 나라가 평화위에 선뜻 올라타지 못하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독일,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전통적인 서방 진영 나라는 물론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되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도 참여를 보류했다. 한국은 초청받고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이미 참여를 결정한 나라들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평화위의 최우선 현안인 가자지구 전후 해법을 놓고 반목해온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평화위 외연 확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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