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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조국사태2로 가는 이혜훈 의혹

머니투데이 채진원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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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조국사태2로 가는 이혜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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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거부로 멈췄지만 후보자에 대한 국민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후보자를 둘러싼 논문, 입시, 자산, 부동산 의혹이 낯설지 않아 많은 국민은 자연스럽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떠올린다.

이혜훈 아들 장학금 의혹에 대해 조국 대표는 "내 딸과 똑같은 잣대로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인사검증과 임명을 넘어 '조국사태2'로 향하는 익숙한 경로처럼 보인다. 인물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여서다.

조국사태는 '가족 리스크'가 어떻게 정치인의 공적 생명을 위협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까지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수사와 재판에 휘말렸고 결국 처벌로 이어졌다. 조국사태는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권력과 특권이 사적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당시 2030세대가 분노한 이유는 법률위반 여부보다 위선과 불공정, 이중잣대가 더 컸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엘리트가 자녀문제에선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습은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무너뜨렸다.

이혜훈 의혹 역시 닮은 점이 많다. 장남은 박사과정 중 학술지 논문의 제1저자가 됐고 교신저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해당 학회에서 영향력 있는 보직을 맡은 교수다. 취업을 위해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내도 답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 무급인턴과 단기계약직을 전전하는 N포세대에게 이른바 '교수 아빠 찬스'는 불공정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폭언·갑질논란을 넘어 불법과 편법 의혹도 있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은 사안이 심각하다.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고가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청약점수 뻥튀기' 의혹은 사실이라면 중범죄가 된다.


보도에 따르면 장남은 결혼 후에도 '위장미혼' 상태를 유지했고 청약마감 다음날 신혼집으로 주소를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방식으로 36억원대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현재 80억~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행 주택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을 경우 계약취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규정했다. 조국사태가 도덕성 논란에서 사법 리스크로 비화했듯 이 사안 역시 그렇게 흐를 가능성이 크다.

조국사태와 이혜훈 의혹의 공통점은 '내 새끼를 우선하는 586 정치엘리트의 기득권 구조'를 옹호하는 태도에 있다. 제도를 설계하는 위치에 오른 이들은 공정을 말하지만 그 제도는 자녀들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동해왔다. 자신들이 올라온 사다리는 고정한 채 다음 세대에게는 노력만 요구한다.

2030세대에게 공정은 생존의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을 외치던 정치인들이 자녀문제 앞에서만 관대해지는 모습은 체제 전반에 대한 냉소로 이어진다. 이혜훈 후보자는 의혹을 해명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조국사태가 보여줬듯 신뢰회복은 쉽지 않다. 이 구조와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조국사태2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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