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한국이 무너진 일본에 패하자 판은 예상보다 빨리 뒤집혔다. 일본은 결승에 올랐고 중국은 베트남을 완파하며 역사적인 첫 결승행을 찍었다. 그리고 모든 게 확정된 직후 일본의 시선은 경기장 밖이 아닌 한국을 향했다. 결승 상대가 정해지자마자 쏟아진 건 축하가 아니라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 U-23에 0-1로 패했다. 결승 문턱에서 멈춰 선 한국은 이제 3·4위전으로 밀려났고,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과 동메달을 놓고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은 애초부터 조심스러운 선택을 했다. 4-5-1로 내려앉아 중앙을 두껍게 만들었고, 일본이 가진 패스 전개와 압박의 속도를 끊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반 초반은 어떻게든 버텼다. 위험한 장면이 몇 차례 나왔지만 조직을 유지하며 실점을 막아냈다. 그러나 버티는 축구는 늘 한 방에 무너질 위험을 품는다. 그리고 그 한 방이 하필 세트피스에서 터졌다.
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한국은 코이즈미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단 한 번의 집중력 이탈이 준결승의 균형을 깨버렸다. 한국은 결국 0-1로 뒤진 채 후반전에 들어갔다. 이후 교체 카드로 변화를 줬다. 정승배, 김태원 등이 투입되며 공격을 끌어올렸고, 흐름은 전반보다 나아졌다. 강성진의 발리, 장석환의 중거리 슈팅 등 결정적인 장면도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한 끗이 부족했다.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결과는 0-1 탈락이었다.
같은 시간 다른 경기장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중국은 사우디 제다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베트남을 3-0으로 눌렀다. 중국 축구가 국제 무대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뒤집으며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 결승에 올랐다. 그 자체로 중국은 축제였다. 조별리그에서 단 1골에 그치며 공격력 빈곤으로 비판을 받았던 팀이, 토너먼트 들어서 호주를 잡고 베트남까지 세 골 차로 무너뜨렸다. 결승행은 우연이 아니라 분위기의 반전이었다.
이로써 결승은 일본과 중국의 맞대결로 확정됐다. 일본은 25일 자정 중국과 우승컵을 두고 최후의 승부를 벌인다. 그런데 결승 진출 확정 직후 일본이 보여준 반응이 문제였다. 일본 팬들의 화살은 곧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댓글 창은 비웃음으로 뒤덮였다.
반응은 시작부터 비틀렸다.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이 결승에 오를 줄 알았다”는 말로 놀란 척을 하더니 이어진 문장은 한국을 찌르는 조롱이었다. “한국과 베트남의 3~4위전을 축하합니다”라는 말은 가볍게 넘길 농담이 아니었다. 결승에 오른 팀이, 4강에서 떨어진 팀에게 던진 가장 잔인한 확인서였다. 우승을 말하던 한국이 이제 3위 싸움으로 내려앉았다는 현실을 정확히 겨냥한 문장이었다.
한국은 지금 동아줄처럼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결승을 바라보며 웃고 있고, 중국은 역사상 첫 결승이라는 사실에 들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준결승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고 남은 건 동메달전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기력과 운영 방식에서 드러난 한계는 단순히 한일전 패배로 덮일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대회는 경고였다.
한국이 조롱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다. 말이 아니라 경기다. 베트남전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더 큰 틀에서는 운영과 경쟁력 자체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가 듣고 있는 비웃음은 감정이 아니라 결과에서 나온다. 그리고 결과는 다시 경기장에서만 뒤집을 수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KFA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