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내 마음이 아니야
바티스트 보리외 글·친 렁 그림 | 최은아 옮김
길벗 | 40쪽 | 1만8000원
바티스트 보리외 글·친 렁 그림 | 최은아 옮김
길벗 | 40쪽 | 1만8000원
프란시스코는 조용한 아이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면, 자기를 싫어할까 봐 늘 걱정이다. 친구들이 하니까 축구를 하고, 내키지 않지만 전학생을 놀리는 아이들 곁에서 억지웃음을 짓는다. 좋아하는 색이 분홍색이 아니라 빨간색이라고 거짓말도 한다. 그럴 때마다 불편해지는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찬다. 교장 선생님이 “공주님”이라고 불렀을 때는 갸름하고 하얀 얼굴이 너무 싫어진다. 프란시스코가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할 때마다 교실 앞 옷걸이에 걸린 이름표의 이름이 한 글자씩 사라진다. 끝내 한 글자도 남지 않았을 때는 내 안의 내가 사라진 것만 같아서 서글퍼진다.
어느 날 전학생 빅토리아가 프란시스코에게 축구를 좋아하지만 남자애들이 끼워주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프란시스코는 자기는 축구보다 줄넘기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솔직한 고백이 오간 뒤, 둘은 축구를 한 다음 함께 줄넘기를 하기로 한다. 개학 후 처음으로 마음 놓고 웃으며 신나게 논다. 프란시스코는 어쩌면 모두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수업 시간에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모습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프란시스코는 말한다. “내가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는 거라고 생각해!” 축구를 하기 싫다고 거절하자 “네가 뭔데!”라며 화를 내는 친구에게도 당당하게 말한다. “내가 뭐긴, 나는 나야.” 프란시스코 마음속에 웅크렸던 두려움이 깨진다.
아이들만 그럴까. 어른들도 ‘아니’라고, ‘싫다’고 말하는 게 어렵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자신이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며 이름을 잃어가기도 한다. 내가 아닌 남이 바라는 나로 살아가는 수많은 프란시스코에게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가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책은 전한다.
그러니까, 김춘수의 시를 빌려와 끝을 맺자면 이렇다. ‘내가 나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나의 이름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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