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김장 조끼’로 불리던 패션 아이템과 닮은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때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꽃무늬 누빔 조끼가 K-팝 스타들의 착용을 계기로 글로벌 패션 코드로 재해석되며 고가 브랜드까지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최근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와 몽클레어는 꽃무늬 조끼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의 핫템을 따라 한 발렌티노”라는 게시물이 확산됐다. 게시물에서 지목된 제품은 발렌티노가 출시한 고블린 아프헤 리베 피오렐리니 베스트는 꽃무늬 패턴과 어깨와 목 부분에 퍼 디테일을 더한 디자인이다. 전통적인 생활복을 연상시키는 외형 탓에 “김장할 때 입던 조끼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가격은 약 630만 원에 달한다. 비슷한 콘셉트의 남성용 조끼 역시 3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몽클레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선보인 230만 원대 다운 베스트가 국내에서 유행 중인 김장 조끼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겨운 디자인이 명품 가격을 달았다”는 반응을 낳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김장 조끼가 유럽 한 바퀴 도는 중”, “우리 할머니들이 패션을 앞서갔다”, “이제 한국 거면 다 좋아하는 거냐”는 농담 섞인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김장 조끼는 본래 김장철에 보온용으로 입던 꽃무늬 누빔 조끼에서 출발했다. 전통시장이나 온라인몰에서는 5000원에서 1만 원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복이었지만, 최근 아이러니한 감성과 레트로 무드가 결합되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카리나, 제니, 태연 등 K-팝 스타들이 무심하게 걸친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핫템’ 반열에 올랐다.
이 흐름은 ‘그랜마 코어(Grandma Core)’나 ‘할매니얼 룩’ 같은 복고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보온성과 편안함이라는 옷의 본질에 주목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김장 조끼를 연상시키는 꽃무늬 재킷을 15만 원대에 출시해 품절 대란을 빚기도 했다.
비슷한 디자인의 조끼가 수천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가격 격차를 보이는 상황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명품 효과를 원하면 백화점으로, 실용성을 원하면 전통시장으로”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장 조끼는 이제 ‘촌스러움’의 상징이 아니라, 글로벌 패션 시장을 자극하는 K-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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