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자사 해외주식 보유 고객들에게 보낸 설문조사 /독자 제공 |
설문 문항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RIA와 관련해 매력적인 이벤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었는데 선택지가 흥미로웠습니다. 국내주식 수수료 할인이나 투자지원금 지급처럼 예상 가능한 항목들 사이에, '해외주식 수수료 할인'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증시로 복귀하라는 계좌인데 해외주식 혜택을 선택지로 넣은 겁니다.
삼성증권의 설문은 정부 기조와 증권사의 수익 본능이 상충하는 지점을 묘하게 드러냅니다. 정부는 지금 자본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달러를 팔고 원화로 거래하는 국내 증시로 돌아오라고 온갖 당근과 채찍을 동원하고 있죠. 국장을 유도하라는 정부 정책에 증권사들은 일단 알겠다고 수긍은 하지만, 수익원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속내가 이 설문에 배어 있습니다.
왜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을 포기하지 못할까요. 국내주식보다 돈벌이가 더 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열광하면서 증권사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죠. 수수료를 깎아주는 이벤트를 해도 거래량이 워낙 많아 충분히 남는 장사였는데, 올해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압박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 복귀를 적극 유도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들려오는 반응은 좀 다릅니다. 국내주식 이벤트만 한다고 해서 해외주식 수요가 줄겠냐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엔비디아를, 팔란티어를 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증권사 직원들 조차도 국내보다 미국주식 매수에 한창이었습니다. 단순히 수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더 오를 만한 장'에 투자한 겁니다. 이런 괴리감을 증권사 스스로가 인정한 꼴이 바로 이번 설문조사입니다.
일각에서는 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만간 다시 해외주식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금융당국 규제는 시기에 따라 강약이 조절되곤 하는데 몇 개월 뒤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래서 증권사들의 전략적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 리쇼어링이라는 정책 목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런 이해 충돌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조정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증권사들에게 해외주식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환율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 국내 증시의 매력을 어떻게 더 높일 것인지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삼성증권의 설문은 이 같은 구조적 과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정책과 시장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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