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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별건 수사에 제동 건 법원, 국토부 서기관 ‘뇌물’ 공소기각…‘집사게이트’ 등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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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별건 수사에 제동 건 법원, 국토부 서기관 ‘뇌물’ 공소기각…‘집사게이트’ 등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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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법원이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으로 수사받다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에 대해 ‘위법한 별건 수사’라는 이유로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법원이 특검의 별건 수사에 제동을 건 첫 번째 사례로 ‘집사게이트’ 등 특검 본류 사건과 직접 관련 없이 재판에 넘겨진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22일 김 서기관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 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이므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서기관의 유·무죄를 판단하기에 앞서, 이 사건이 애초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기소 자체가 위법했다고 봤다. 공소기각은 형식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 검찰의 공소 제기를 무효로 해 사건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구속상태였던 김 서기관은 바로 석방 절차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34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특검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특검법 기재 사건과 관련성이 없는 사건까지 ‘관련사건의 관련사건’ 이라는 이유로 수사대상을 확장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와 그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다가,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 서기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특검은 이를 뇌물 수수 정황으로 보고 인지 사건으로 판단해 수사·기소했다.

김 서기관은 2023년 원주지방국토관리청 도로관리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국토부가 발주한 국도 공사 과정에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고 사업상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검 수사대상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사건과는 범행 시기, 종류 등 여러 측면을 살펴봤을 때 합리적 관련성이 없다”며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하는 게 특검법 목적과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서기관이 용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범행 시기가 2023년 6월부터 2024년 12월인 데 비해,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이미 2022년 말에 종료된 행위이므로 시간적 연관성이 없다고 봤다.

두 사건 사이 인적 관련성도 없다고 봤다. 오직 김 서기관이 공통 인물인데, 1인이 범한 수죄(한 사람이 여러 죄를 저지른 상황)를 관련성으로 받아들이면 특검의 수사 대상이 한없이 확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약 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등 1인 수죄의 범위는 무한정 확장되는데 특검이 이를 모두 수사하는 건 특검법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검 수사 대상 기준을 “특검법 목적에 따라 특정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목적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이용호 주식회사 지앤지 대표 주가조작 특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특검 당시 나온 대법 판례를 인용했다.

또 수사 대상을 제한하기 위해 특검법을 개정한 취지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 16개로 매우 방대하고 압수수색 때마다 새로운 인지사건이 생겨났다”며 “관련 범죄행위에 대한 구체적 범위가 없으므로 해석상 논란을 줄이기 위해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26일 개정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관련 범죄행위’를 범인은닉죄, 영장에 의해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 등으로 한정하는 2조 3항이 신설됐다.


재판부는 수사 대상 범위가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특검의 수사행태도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검은 수사 개시 후) 취득한 증거나 피고인 심문 결과에 따르면 무관한 사건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기소 직전 시점에서라도 수사를 중단하고, 원칙적으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진 다른 기관에 사건을 이전해야 했음에도 그대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취지로 방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진행될 추가 특검에서도 ‘수사 권한 없는 수사’를 법원이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가 경미해서 이렇게 판결한 것이 아니다”라며 “특검 수사 대상 한도가 참고할 수 있는 정도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특검법이 또 시행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공소기각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항소해 공소기각 여부를 다시 다투거나,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 이 경우 김 서기관의 뇌물 혐의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 특검팀은 판결문을 받은 뒤 항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3대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는 ‘별건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 기준이 나온 가운데 진행 중인 특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집사게이트’로 불리는 김예성 전 IMS 모빌리티 대표의 횡령 혐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김 여사와의 직접 관련성을 찾지 못한 채 김 전 대표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조영탁 IMS 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21일 열린 배임 혐의 재판에서 “특검의 수사범위를 벗어나 위법해 공소기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출범 초기 수사에 착수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에서도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위법한 별건 수사’라고 주장한다.

내란 특검에서는 국가안보실 채용 비리 의혹 사건에서 별건 수사 논란이 빚어졌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윤재순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 측 변호인은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사건이 내란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정리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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