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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안고, 쉽게 버려지는 생명…유기 토끼가 말하는 ‘책임’[동아닷컴 금주의 신간]

동아일보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김수연 기자,김영호 기자,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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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안고, 쉽게 버려지는 생명…유기 토끼가 말하는 ‘책임’[동아닷컴 금주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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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실토실 토끼를 안았습니다/ 시안 지음/ 284쪽·2만 원·사이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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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제목과 달리 이 책이 건네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토실토실 토끼를 안았습니다’는 유기된 토끼를 구조하며 살아온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묻는다.

토끼는 쉽게 입양되고, 그만큼 쉽게 버려진다. 저자는 반려토끼와의 만남을 계기로 구조 현장에 발을 들이며, 유기된 토끼들이 도시와 자연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존재임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안타까운 사연을 나열하기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구조적 문제를 차분히 짚는다.

이 책의 미덕은 감정을 과잉하지 않는 태도다. 담담한 기록 속에서 독자는 생명을 ‘돌본다는 것’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 사이의 간극을 돌아보게 하는 에세이로, 동물을 키우는 이들뿐 아니라 생명 윤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 새로고침, 잔다리에서 책으로 오늘을 읽다/ 세교연구소 기획 지음/ 188쪽·1만8000원·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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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질서의 재편, 사회적 분열, 기후위기, 민주주의 제도의 피로와 시민 신뢰의 약화 등 전지구적 과제는 더 이상 개별 사안으로 분리해 다루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책은 문학·인문학·사회과학 연구자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과 맞닿은 32권의 책을 서평한다.

32편의 글은 주제별로 묶여 있지만, 각 글은 민주주의와 불평등, 분단과 평화, 기후위기와 생태 전환 등 여러 쟁점을 가로지르며 서로 얽힌 현실을 드러낸다. 하나의 문제는 다른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이는 오늘의 현실이 전공과 활동 영역의 경계를 넘는 종합적 사유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한반도 분단 체제와 국제관계, 민주주의와 평등, 동아시아 질서, 동시대 문학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서로 다른 문제들이 어떻게 교차하고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차분히 드러낸다.



◇ 하트 램프/ 바누 무슈타크 지음/ 316쪽·1만9000원·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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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이 신부를 장식하지는 않는다. 어떤 꽃은 무덤을 위해서만 피어난다”

이 아름답고도 서늘한 문장은 바누 무슈타크의 단편집 ‘하트 램프’의 일부다. 세계에서 가장 여성이 살기 힘든 국가 1위로 꼽힌 인도에서 ‘여성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는 이 단편집으로 부커상을 받았다.

책에 담긴 12편의 이야기는 이슬람 문화권에 사는 ‘평범한 인도 여성’의 고통을 담고 있다. 대학 진학을 꿈꿨으나 가족에 의해 강제 결혼 당하는 여성, 끝없는 출산을 반복하다 결국 목숨을 잃는 여성, 아들을 낳지 못한다며 버림받는 여성, 평생 모은 돈을 ‘안온한 죽음’을 위해 숨기는 여성의 삶이 펼쳐진다.


특히 할머니-엄마-딸로 이어지는 연대는 여성으로 살며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와 고통을 세심하게 묘사한다. 남성이 타오르는 불길처럼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도 당당한 존재라면, 여성은 그 잿더미 속에서 작은 등불을 나눠 드는 존재인 것이다.

작가는 신을 향해 “한번 여자가 되어 보라”고 외친다. 여성의 슬픔은 결코 남에게 빌린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견뎌야 하는 현실이다. 그간 세계 문학에서 소외돼 온 인도 문학이 이 책과 함께 날아오른 것처럼, 소외된 여성의 삶도 ‘비극의 잿더미’ 속에서 날아오를 것이다.

◇ 서바이벌 리포트/ 대릴 샤프 지음/ 308쪽·1만7800원·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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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위기, 그 혼란을 통과하는 한 남자의 내면 여정이 펼쳐진다. 이 책은 중년 남성 노먼이 심리 상담을 통해 자기 안의 ‘그림자’를 마주 하고 변화를 겪는 과정을, 융 심리학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겉보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한 중산층 중년 남성. 하지만 그는 아내와의 관계 파탄, 삶의 공허함에 빠지며 무의식에서조차 절박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가 꾼 꿈은 ‘불타는 집’. 무너져가는 내면을 상징한다.

‘감수성 수업’을 쓴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을 옮기며 “드디어 융 심리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찾았다”고 외쳤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주인공 ‘노먼’의 상담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융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구성 덕분이다.
책에서 중년기 겪는 신경증은 단순한 병리 현상이 아닌, ‘내면이 새로운 균형을 요구하는 건강한 갈망’이라고 해석한다. 중년의 우울, 불안은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치유의 출발점이라는 관점이다.

정여울은 노먼이 결국 해낸 건 ‘자기 인생에 정직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실수, 수치심 가득한 기억까지 모두 꺼내며 자신과 대면한다. 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이자 제2막의 삶을 여는 열쇠가 된다.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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