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대법원 "5·18 유가족의 국가 상대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 안 지났다"

머니투데이 정진솔기자
원문보기

대법원 "5·18 유가족의 국가 상대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 안 지났다"

서울맑음 / -3.9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유족 33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청구 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사진=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5·18민주화운동 유족 33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청구 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사진=뉴스1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들이 2021년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청구권 시효가 지나지 않아 적법하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소송을 너무 늦게 제기해 청구권이 사라졌다는 원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불법 구금돼 구타를 당한 뒤 숨진 이들의 유가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과거 개정 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나 유족이 보상금을 받은 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보고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부분까지 화해가 이뤄졌다고 간주해선 안된다고 판단해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유모씨 등 39명은 2021년 11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모두는 1990~1994년 사이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 받아 보상금을 지급 받은 사람들이었다.

국가는 1990년대 보상금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위자료 지급을 거부했다. 민법 제766조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났을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보는데 이를 적용한 것이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했다고 보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심은 1990년대 보상금 지급 결정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됐다며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할 계기가 생겼으므로 소멸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배상제도의 목적과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 및 피해자의 보호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도 봤다.

대법원은 "관련자의 가족이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은, 국가가 뒤늦게 보상 관련 법령을 제정ㆍ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상의 대상과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보상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하면서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어 "가해자인 국가가 국가배상 관련 법령을 제정ㆍ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배상의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인 국민이 자신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된 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관련자의 가족에게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에 자기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보상금 등 지급결정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을 통해서 관련자의 가족이 구 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과는 무관하게 그와 별도로 고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법적으로 선언됨으로써, 관련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대한 장애사유가 비로소 제거됐다"고 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