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사진=뉴시스 |
“요즘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두쫀쿠가 지탱한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회자되는 이 농담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지금 한국의 소비 심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 업황이 국가 경제의 바로미터라면, ‘두바이 쫀득 쿠키', 즉 두쫀쿠는 내수 소비 분위기를 가늠하는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개당 8000원에 육박하는 고가 디저트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두쫀쿠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은 단순한 디저트 유행일까, 아니면 고물가 시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일까.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지난 20~21일 전국 남녀 28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재미있는 결과를 알려준다. 우선, 두쫀쿠의 가장 큰 매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6%는 “특별한 매력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쫀득한 식감’(24.3%)이나 ‘이국적인 맛’(12.6%)을 꼽은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과 대기 시간을 감수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가장 많이 선택된 이유는 “유행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19.4%)였고, “희소성 때문”(17.7%)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두쫀쿠 소비가 미각 중심이 아닌 경험·인증·포모(FOMO) 소비 성격을 띤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소비는 고물가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사에서 “나를 위한 작은 사치, 보상 심리”(14.5%) 역시 주요 이유로 꼽혔다.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수만원짜리 외식 대신 ‘8000원짜리 확실한 경험’을 선택한 셈이다.
두쫀쿠 열풍은 원재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수입 수요가 급증하며, 업계에서는 피스타치오 가격 상승을 빗댄 ‘피트코인’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개인 카페들이 원가 압박에 시달리는 사이,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두바이 스타일’ 디저트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다만 이 열풍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응답자의 72.7%는 “일시적 유행이거나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두쫀쿠 현상은 한국 소비자가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사느냐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행을 넘어 하나의 디저트 카테고리로 남을지는 브랜드의 해석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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