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낮추지 못해 발행 취소
3·5년물로 30억달러 자금 조달
3·5년물로 30억달러 자금 조달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과 일본 국채금리 급등에 한국산업은행이 장기채 발행 계획을 이례적으로 철회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일부터 이틀간 외화채 수요 조사를 거쳐 고정금리 3년물 12억 5000만 달러, 고정금리 5년물 12억 5000만 달러, 변동금리 5년물 5억 달러 등 총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확정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외화채 만기 구조(트랜치)를 3년·5년·10년 등으로 계획했는데 이 과정에서 10년물 발행을 돌연 철회했다. 산업은행은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장기채 투심이 악화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10년물 금리로 미국의 무위험 지표금리(SOFR)에 0.7%포인트를 더한 수준을 제시했는데 가산금리를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발행 계획 자체를 취소한 것이다. 산업은행이 국내 금융사의 외화채 발행에 일종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금리를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10년물 대신 3년물과 5년물 발행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자금을 충당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수요 조사 결과 10년물을 발행할 수는 있었지만 금리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수요 조사 일정 중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20일 전날보다 0.06%포인트 오른 4.29%를 기록했다.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과 유럽 간 무역전쟁 우려가 증폭하면서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했고 이 여파로 국채금리가 뛴 것이다. 여기에 일본 국채금리까지 급등해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은 더 커졌고 장기물 투심은 더 얼어붙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새어 나온다. 시장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미국 국채금리가 널뛰는 상황인 만큼 다른 금융사들 역시 발행 부담이 커졌다는 말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사는 달러채를 포함한 외화채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며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며 “달러채의 경우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채권 만기에 맞춰 동일한 규모로 차환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외평채 발행 전까지 불안감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평채의 경우 종종 10년 장기물도 발행했는데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도 이를 발행할지가 관건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년물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워낙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이 불안정한 것이 한몫한 듯하다”고 전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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