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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해도 멈추지 않던 하늘길’ 바뀌나…조종사 파업 공식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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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해도 멈추지 않던 하늘길’ 바뀌나…조종사 파업 공식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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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최소인력 산정 기준 두고 에어서울 노사 분쟁
중앙노동위, 노조 손 들어줘…파업 참여 인원 늘 듯
에어서울 항공기. 에어서울 제공

에어서울 항공기. 에어서울 제공


중앙노동위원회가 에어서울 조종사노조와 회사 간 분쟁에서 노조 측 손을 들어주면서, 항공업계 조종사 파업의 ‘공식’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이후 유지돼 온 파업 시 최소인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에어서울이 제기한 재심 신청을 기각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측이 재심 결정에 불복해 제기할 수 있는 행정소송도 기한 내 제기하지 않으면서 판정은 확정됐다.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이후, 필수유지업무 인력 산정 방식에 대해 노동위원회 판단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종사자 파업권 제한해 온 ‘필수공익사업’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7일간 파업에 나섰다. 11년 만의 파업이었지만 결항률은 7%에 그쳐 운항에는 큰 차질이 없었다. 2006년 노조법 개정으로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서, 파업 중에도 국제선 80%, 국내선 70% 이상의 운항률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연맹은 이 기준으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이 사실상 제한돼 왔다고 주장해 왔다. 국적 항공사가 2곳에서 11곳으로 늘어나 항공 서비스의 대체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운항률 기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운항률을 50%까지 낮추자는 요구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지방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무 중인 근로자까지 인력 산정 기준에 넣어 “사실상 전원근무”란 지적도 있다. 비행 스케줄에 맞춰 교대근무하는 항공사 특성상 가용인원 대비 평시 하루 근무자는 60% 수준인데, 파업 시 가용인원의 80%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사 노조들은 전략을 바꿔 운항률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력 산정 기준’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노사는 관행적으로 ‘월간 운항 시간’을 기준으로 필수 인력을 산출해 왔는데, 이 경우 한 달간 파업을 해도 80% 운항률 기준을 충족하면 수 주간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 장정희 조종사노조 대외협력실장은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인원을 산출한다는 건 비합리적이다. 사람을 어떻게 시간으로 쪼갤 수 있냐”며 “운항 편수를 기준으로 삼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운항시간 아닌 비행편수 기준으로 인력 산정


이번 에어서울 사건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처음으로 판단을 내린 사례다. 쟁점은 파업 시 필수 비행을 수행하는 최소 인력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였다. 조종사노조는 파업 기간 근무 인원을 ‘1일 운항 편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했다. 휴무자를 제외하고 실제 운항에 투입되는 조종사만을 대상 인원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월간 운항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하며, 법적으로 보장된 조종사 휴식시간을 고려할 때 휴무자를 제외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사례와 달리 판단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월 ‘7일간 운항 편수’를 기준으로 인력을 산정하라고 결정하며 사실상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에어서울이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지노위 결정을 유지했다. 중노위는 “필수유지업무 결정은 파업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정 장치”라며, 이번 결정이 그 취지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이 노사 합의로 운항 기준을 단축한 사례는 있었지만, 노동위 판단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이번 결정으로 파업 참여 인원을 늘릴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종사노조는 “필수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항공종사자의 노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온 판단을 16년 만에 바로잡은 결정”이라며 “그동안 ‘필수공익’이라는 명분 아래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이 사실상 봉쇄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정은 왜곡된 구조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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