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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뇌 수술 중 잠든 사이에"…끝까지 지켜주는 이 사람

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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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뇌 수술 중 잠든 사이에"…끝까지 지켜주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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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준협 이안동물의학센터 팀장

마취 2600건…뇌 수술 동안 조용한 동행



이준협 이안동물의학센터 수의사 ⓒ 뉴스1

이준협 이안동물의학센터 수의사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반려동물이 뇌 수술 받으며 잠들어 있을 때 제가 하는 일이요? 무사히 깰 때까지 퇴근도 미루고 끝까지 지켜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2,600건 마취 경력의 소유자 이준협 이안동물의학센터(대표원장 이인) 진료팀 팀장. 그는 누구보다 '안전'한 마취로 반려견·반려묘 보호자들에게 '안심'을 안겨준다.

반려동물의 뇌 수술을 앞둔 보호자에게 가장 무서운 순간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는 순간도, 수술실 문이 닫히는 순간도 아니다.

많은 강아지·고양이 보호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술은 잘 돼도, 마취에서 못 깨어날까 봐요."

뇌·척추 수술 마취를 담당하는 이 팀장은 이런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숫자를 앞세우기보다 마취가 진행되는 시간을 '어떻게 지켜내는지'를 먼저 이야기했다.


2600건 마취 경력 숫자보다 중요한 것, '과정'

"지금은 마취 건수보다 한 환자(환견·환묘), 한 케이스를 더 깊이 보고 있습니다."

그에게 마취는 반복되는 기술이 아니다. 같은 약을 쓰고, 같은 장비를 사용해도 환자는 모두 다르다. 영상진단 검사부터 고난도 신경계 수술까지, 다양한 상태의 환자들을 지켜보며 쌓은 경험은 단순한 숙련을 넘어 몸에 밴 감각이 됐다. 작은 호흡 변화, 미세한 수치 흔들림에도 즉각 반응한다.

뇌 수술 마취는 '재우는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중성화 수술과 뇌 수술의 마취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겉으로는 같은 전신마취지만, 뇌 수술을 받는 환자는 이미 마취 전부터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마취를 흰 도화지에 비유한다면 건강한 환자는 깨끗한 종이에 수술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뇌 수술 환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뇌는 저혈압과 저산소증에 극도로 민감한 장기다. 수술 중 생체지표가 조금만 흔들려도 회복 과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뇌 수술 마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혈압과 산소포화도를 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집요함이다.

1분 1초가 급박한 뇌 수술실에서 차분함을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는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응급 상황에서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다만 겉으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라며 "이런 태도는 수술실 전체의 리듬을 안정시키고, 집도의가 수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MRI와 마취기(이안동물의학센터 제공) ⓒ 뉴스1

MRI와 마취기(이안동물의학센터 제공) ⓒ 뉴스1


베테랑이 다시 공부 선택…마취통증의학 연구

이미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았지만, 그는 현재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취통증의학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는 경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이론으로 보완하고, 다시 임상에 적용해 환자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공부의 목적은 연구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안전이다. 최소침습 수술, 마취가 받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국내 최초로 동물병원에 MRI를 도입한 이안동물의료센터는 최근 AI를 활용한 수술기법으로 앞서가는 진료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이안동물신경센터에서는 미세 현미경 수술, 단일공 척추 내시경 등 최소침습 수술을 지향한다.

최첨단 의료기술로 종양 제거 등 수술 부담은 줄었지만, 마취는 오히려 더 까다로워졌다.

"정교한 수술일수록 마취도 더 예민해야 합니다."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마취 심도. 출혈과 통증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회복을 돕는 균형. 그가 끝까지 놓지 않는 기준은 하나다. 수술이 끝난 뒤 반려동물이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이다.

마취가 무서워서 수술을 망설이는 보호자에게 그는 "괜찮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코골이 증상이 심한 단두종은 마취 후 호흡이 더 힘들 수 있다는 점, 노령견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어떤 부분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지 등을 미리 안내한다.

이 팀장은 "이는 마취 여부를 판단할 때도, 수술 후 회복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흉수·기흉 동반 환자도 마취…"조용한 동행"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흉수와 기흉이 동반된 케이스였다. 겉보기엔 안정적이었지만, 마취 후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추가 처치 후에야 상태가 회복됐다.

"그날 이후 검사 당일 환자 평가, 특히 호흡기계는 절대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또한 뇌 질환 환자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검사 중 뇌압 상승이 확인되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깊이 각인됐다.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안전 제일' 원칙을 만들었다.

"잠들어 있는 동물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눈에 잘 띄지도 않죠."

그래서 그는 마취를 할 때마다 환자와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 하나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준협 팀장은 "그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환자가 가장 취약한 시간 동안 끝까지 집중하는 사람, 마취 담당의는 그 시간을 동행하는 수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동물 뇌 수술을 고민하는 보호자에게 '선택'이 아니라 '안심'이 되겠다"며 "마취 후 잠든 시간 동안 조용히 동행하겠다"고 말했다.[펫피플][해피펫]

이준협 수의사 ⓒ 뉴스1

이준협 수의사 ⓒ 뉴스1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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