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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산재법상 제3자, 동일한 업무상 위험 공유했는지가 기준"

머니투데이 정진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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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산재법상 제3자, 동일한 업무상 위험 공유했는지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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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건설 현장 일감을 받은 하수급 업체가 건설기계 대여업체 대표자와 계약을 체결, 지게차 기사를 제공받아 작업을 하던 중 하수급 업체 직원이 다친 경우 누구에게 산업재해보험금 지급의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대법원은 모두가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에 있었다면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며 건설기계 대여업체 대표자이자 지게차 임대인 A씨와 지게차 운전기사 B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대법원이 결론짓는 것이다.

B씨는 2017년 2월 한 건설 현장에서 지게차로 철근을 내리다가 사고를 내 협력업체 근로자 C씨를 다치게 했다. C씨가 B씨에게 수신호를 하던 중 철근 일부가 C씨 머리 위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산재보험금을 받았고 보상연금도 지급받게 됐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지게차를 직접 운전한 B씨와 그를 고용한 A씨가 C씨 보험금을 물어낼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C씨가 '제3자의 행위' 때문에 다쳤으니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1심과 2심은 모두 지게차 기사 B씨가 하수급 업체 근로자가 아니고 건설기계 대여업체 역시 원청과 분리된 사업자라고 판단해 이들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대해 "보험료 부담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ㆍ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제3자로 볼 수 없는 만큼 산재보험금에 대한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행사 대상이 되는 제3자의 판단 기준을 새로 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판례는 공동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해근로자와 보험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건설기계 임대인 등에 대한 대위권 행사를 허용했다. 향후 제3자 해당 여부는 사고 당시 함께 동일한 업무상 공동위험을 짊어졌는지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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