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검찰기. 김혜윤 기자 |
3만원어치 옷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추가 증거 없이 항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도 공소사실까지 바꿔가며 무리하게 항소한 검찰을 비판했다.
22일 법조계 설명을 들어 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는 지난 13일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ㄱ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 항소의 문제를 짚었다. 이날 오 부장판사는 “3만원 사건이 무죄가 나왔다고 이걸 항소심까지 해야 하느냐”, “기소 거리가 되냐”는 취지로 지적했다.
오 부장판사는 소액 피해 사건을 두고 공소사실을 바꿔가며 항소한 검찰이 지나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ㄱ씨가 범행을 공모한 게 아니라면 방조한 것은 아닌지 다퉈보겠다”며 공소장 변경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 재판에서는 ㄱ씨가 지인 ㄴ씨와 공모해 옷을 훔쳤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검찰은 ㄴ씨가 2024년 6월 서귀포시에 있는 한 매장의 외부 진열대에서 총 3만원 상당의 옷 6벌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은 뒤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ㄱ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닐봉지를 ㄴ씨에게 건넸고, 매장 안에 있던 업주의 움직임을 살핀 혐의를 받았다. ㄱ씨는 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ㄴ씨가 옷을 꺼내 집을 당시 ㄱ씨가 계속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있어 옷을 훔치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ㄴ씨가 약봉지를 건네달라고 해 비닐봉지를 건네줬다’는 ㄱ씨의 변소(해명)가 설득력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ㄴ씨는 공모 여부에 대해 전혀 진술하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에 공모 혐의 입증이 어려워지자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를 비판한 재판부도 재판 진행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제주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증거관계나 범행 경위, 피해자 등을 감안해 항소가 이뤄졌다”며 “한벌당 5천원짜리 옷을 팔아 1천원 수익을 남기기도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3만원이라는 피해 금액이 적은 금액인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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