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세금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동산 정책에서 세금은 언제나 강력한 처방으로 거론돼 왔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부작용을 남긴 수단이기도 했다. 집값이 불안해질 때마다 세율을 올리고 과세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 반복돼 왔지만, 그 결과가 과연 안정이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사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번번이 부정적인 답을 남겼다.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강화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정책의 취지는 투기 수요 억제와 자산 불평등 완화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세 부담은 빠르게 늘었지만 집값 상승을 멈추지는 못했고, 조세 저항과 정책 불신만 키웠다. 종부세는 결국 헌법소원과 정치적 갈등의 상징으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세·보유세 중과, 취득세 인상까지 전방위적인 세금 정책이 동원됐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공급 위축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매물은 잠겼고 거래는 얼어붙었다. 그 결과 집값은 오히려 더 빠르게 상승했고,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화되며 가격 양극화가 심화됐다. 세금은 투기를 누르기보다 시장 구조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다주택자 취득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런던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캐나다 역시 외국인과 투기 수요를 겨냥한 각종 세금을 도입했으나, 일부 지역의 가격 급등과 전세난만 키웠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세금은 거래를 위축시키는 단기 효과는 낼 수 있지만, 가격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킨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런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택 시장은 세금 하나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은 공급 여건, 금융 환경, 인구 구조, 지역 산업과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세금은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다. 오히려 잘못된 신호를 주며 불안을 증폭시키는 촉매가 된다. 대통령이 세금을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집값 안정의 출발점은 공급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단기 물량 확대를 넘어, 어느 지역에 어떤 주택이 언제까지 얼마나 공급될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선언적 계획이 아니라 인허가와 재원, 일정이 구체적으로 담긴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시장은 숫자보다 신뢰에 반응한다.
금융 정책 역시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은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지 못한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은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단기 차익 거래에는 분명한 제동을 거는 방식이 요구된다. 금융이 집값 과열의 연료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세금 논의보다 앞서야 한다.
거래가 멈춘 시장에서는 가격이 내려가기 어렵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과도한 세 부담은 매물을 잠그고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킨다. 호가만 남은 시장에서는 작은 수요에도 가격이 출렁인다. 일정 기간 거래를 정상화하는 유연한 접근 없이는 집값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과 주택 유형을 구분하지 않는 정책 역시 문제다. 집값 문제는 전국 공통 현상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유형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수도권 핵심 지역과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같은 기준으로 다루는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핀셋 없이 세금만 올리는 방식은 정책 편의주의에 가깝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강한 메시지’의 유혹이다. 세금 인상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시장에 주는 충격도 크다. 정책은 통쾌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집값 안정은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긴 호흡의 관리 과제다.
대통령의 발언은 부동산 정책이 다시 기본과 원칙의 영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신호다. 세금은 필요할 때 써야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이어야 한다.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시장에 의해 무력화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세금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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