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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신혼집 구하러 갔더니 집주인이 같이 살재요” 한지붕 두집 ‘꼼수’ 는다 [부동산360]

헤럴드경제 윤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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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신혼집 구하러 갔더니 집주인이 같이 살재요” 한지붕 두집 ‘꼼수’ 는다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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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절세혜택 노린 동거 제안 늘고
보증보험 가입 명분 다운계약서 편법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일대. [헤럴드경제 DB]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일대.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 강남권 전월세 시장에서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피해 가려는 ‘편법 거래’가 확산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물건을 보러 다니는 임장 과정에서 허위 전입신고를 조건으로 내거는 사례가 등장하고, 대출을 배제하거나 계약서를 비정상적으로 작성하는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강남권 출퇴근을 염두에 두고 압구정 일대 전세를 알아보던 20대 예비 신혼부부는 공인중개사가 “집주인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어 계약을 포기했다. 해당 중개업소는 “전 세입자도 그렇게 했다”며 이를 사실상 계약의 전제 조건처럼 내걸었고, 이 부부는 “조건이 먼저 제시돼 집은 보러 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중개업계는 이런 ‘꼼수’가 세제 혜택을 노린 거주 요건 맞추기와 맞물렸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구축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이 실제로는 다른 곳에 거주하면서도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보유 2년, 조정대상지역은 거주 2년)나 12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10년 거주 등 요건 충족 시 최대 80%)를 염두에 두고 주소를 거래 조건처럼 활용한다는 해석이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의 편법 논란도 반복된다. 전세 계약 과정에서 보증보험 가입을 명분으로 실제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을 계약서에 적는 이른바 ‘다운계약서’ 관행도 나타나고 있다. 2023년 5월 ‘126% 룰’ 도입 이후 전세보증금이 주택 공시가격의 126% 이하여야 전세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기준을 맞추기 위한 편법이 시장에 스며들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계약한 세입자가 보증금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증되지 않는 차액을 증빙하겠다며 별도로 작성하는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은 개인 간 금전거래를 확인하는 서류에 그친다. 임대차계약서상의 보증금이 아니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나 전세보증의 적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세반환보증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일부 보증금만 인정돼 반환이 막히거나 보증 이행 자체가 거절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에  집주인과 거주지를 공유하는 ‘방 한칸’ 월세 매물이 등장했다. [네이버 부동산 캡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에 집주인과 거주지를 공유하는 ‘방 한칸’ 월세 매물이 등장했다. [네이버 부동산 캡처]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임대 물건의 형태도 바뀐다. 서초구 잠원동 신축 대단지 ‘메이플자이’에서는 집주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방 한 칸만 월세로 내놓는 사례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뉴욕·도쿄 등 해외 대도시 사례처럼 소형·부분 임대 등으로 상품 다변화가 진행되는 추세라고 본다.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나오는 매물도 증가세다. 잠실 일대에서 전세를 구하던 28세 직장인 A씨는 “집을 다 보고 난 뒤에야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으면 안된다’는 조건을 말해줬다”며 “민간주택임대사업자 매물이라 가격이 비교적 낮았지만 대출이 안 돼 시간만 날렸다”고 말했다. 이 조건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전세 대출 여부가 임대차 협상 전면에 등장하면서 임차인의 선택 폭을 좁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27 대출 규제 이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는 등 규제가 잇따르면서 조건을 충족하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었다”며 “그 틈에서 집주인 편의를 앞세운 과도한 악성 조건이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임차인 전세대출 불가’ 조건이 붙은 전세 물건을 두고는 임대인의 현실적 부담도 함께 거론된다. 함 랩장은 “임차인 보증금에 질권을 설정해야 하는 등 절차를 복잡하게 느끼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며 “최근 전세 계약 과정에서 임차인에게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등 임대인의 책임과 의무가 강화된 만큼, 일정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임대인의 권리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