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세계일보 언론사 이미지

‘한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왜 늘리나 했더니… 유배지 확장인가

세계일보
원문보기

‘한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왜 늘리나 했더니… 유배지 확장인가

서울맑음 / -3.9 °
대통령령 개정으로 정원 12명→23명 증원
“코드 안 맞는 검사장들 물갈이 위한 포석”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이 기존 ‘12명 이내’에서 ‘23명 이내’로 확대된 직후 대검 검사급 검사(검사장) 인사가 단행됐다. 중요성이 떨어지고 업무량도 많지 않아 ‘한직’(閑職)으로 통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무려 7명의 검사장이 새로 보임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22일 법무부는 기존 검사장 25명의 전보와 신규 검사장 7명의 승진 등 총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검사장 7명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나 ‘좌천을 당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명 가운데 4명은 앞서 지난해 11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당시 법무부·검찰 지휘부의 해명을 요구하는 전국 검사장 입장문에 동참했던 이들이다.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경내에 있는 원훈석. ‘정의·인권 신뢰 받는 법무 인재 양성’이 연수원의 목표다. 법무연수원 홈페이지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경내에 있는 원훈석. ‘정의·인권 신뢰 받는 법무 인재 양성’이 연수원의 목표다. 법무연수원 홈페이지


대장동 항소 포기란 흔히 ‘대장동 일당’으로 불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5명의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이 상급 법원에 항소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이들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통해 성남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음에도 검찰의 항소 포기로 그 환수가 어려워지자 일선 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특히 검사장 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 등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노 대행과 정진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검찰을 떠났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이 이후 단행될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관측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법무부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 확대에 나선 것이 그 대표적 조짐이었다. 한직을 늘린다는 것은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검사장들을 보낼 ‘유배지’ 공간을 확대하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하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 증원에 대해 “법무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한 연구 기능 강화가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검찰 관계자 가운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무연수원은 법무부·검찰 조직에 새로 채용된 검사, 검찰 수사관, 법무행정 담당자, 교도관, 보호관찰관, 출입국관리 담당자 등을 위한 직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실제로 법무연수원 원훈(院訓)은 ‘정의·인권 신뢰 받는 법무 인재 양성’이다. 그런데 장차 대한민국 법무·검찰 행정을 책임질 동량들을 길러내는 기관이 인사에서 물먹은 검사들의 유배지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래서야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연수생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노릇”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