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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관세·무력 철회…“골든돔·광물 챙겼다”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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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관세·무력 철회…“골든돔·광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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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실망, 인텔 낙폭 8%로 늘려
트럼프, 유럽 8개국 관세 철회
다보스연설 4시간 만에 관세 전격 철회
“나토 총장과 회담, 골든돔·광물권 진전
안보·광물 자원 모두에게 유리한 위치”

나토 “7개 동맹국, 공동안보 보장 협력”
EU “긍정메시지” 안도…덴마크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양자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양자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그린란드와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자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과 광물이라는, 애초에 미국이 그린란드로부터 노렸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세 위협에서 벗어난 유럽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가운데, 무역확전 리스크를 덜어낸 미국 증시는 21일 강한 상승세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70여분간 진행된 WEF 연설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은 없을 것이라 공언했다. 그는 또한 “미국 말고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지킬 수 없다”며 병합 의지를 굽히지 않았지만, 연설 후 4시간 만에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했던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무역확전을 자제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그린란드 광물 채굴권과 골든돔에 대한 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핵심광물 접근권 확보·북극 안보 골든돔 충족”=관세 위협을 받았던 프랑스의 매체 프랑스24는 이날 “서방 북극 동맹국들이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핵심 광물 접근권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을 충족시키면서, 양측이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지역 야욕을 저지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향후 유럽, 나토, 그린란드와 진행할 합의에 대해 “모두가 매우 만족하는 합의”라며 “특히 안보와 광물 자원 측면에서 모두를 매우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24는 뤼테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안보, 광물 채굴에 대한 권리를 설명하며 그를 협상장으로 끌어왔을 것이라 전했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나토 대변인은 북극에 있는 7개 나토 동맹국이 공동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덴마크, 그린란드, 미국 간의 협상은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세계 8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무기체계, 전자제품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 공급망 개발을 행정부 산업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해 왔다.


골든돔은 적성국가의 미사일 공격을 우주에서 수천개의 인공위성을 동원해 탐지·요격한다는 계획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프로젝트다. 이 두 논제가 나토와의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유럽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췄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그린란드 타코’…‘그린란드 매입’은 협상 지렛대였다=그린란드를 두고 벌어진 유럽과의 갈등에서 극단의 위협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 전술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립전략연구소의 경제전문가 이반 우스는 그린란드 병합을 두고 벌어진 미국·유럽간 갈등에 대해 “매우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압력을 가해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라 평가했다. 그는 “모든 사업가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며 “판돈을 높여 양측이 중간 지점에서 협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종전안 때문에 트럼프와 협상을 하며 이 같은 전략을 숱하게 체험했다.


미국의 NBC는 그린란드도 “완전한 영유권”을 전면에 내걸고 고율 관세로 위협했다가, 실제로는 군사 주둔 확대·광물 접근권·나토 차원의 북극해 아젠다 반영 같은 ‘중간선’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형적인 ‘스테이크 높이기 후 디스카운트’ 패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의 극단 대립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나토 동맹의 균열이 가져올 부담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면 유럽과의 안보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린란드 문제를 힘으로만 밀어붙여 유럽과 등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 병합을 밀어붙이자 미 의회,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도 “나토의 균열은 중국, 러시아만 좋은 일”이라며 이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안도한 유럽…트럼프 ‘타코쇼’ 환영한 시장=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으로 돌아서며 위협을 거두자 유럽은 우선 안도했다. 라르스 로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날 덴마크 공영방송 DR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을 중단하겠다고 했고 ‘그린란드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긍정적 메시지”라며 안도했다.


그린란드 연합 안보훈련에 파병했다가 미국으로부터 관세 위협에 직면했던 네덜란드도 딕 스호프 총리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스호프 총리는 “긴장 완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관세 부과 논의가 철회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제 미국, 캐나다, 유럽이 나토 내에서 협력해 북극 지역 안보를 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게시했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뤼터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하고 북극 안보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틀에 대한 나토 동맹국간 논의는 동맹국들, 특히 7개 북극권 동맹국들의 집단적 노력을 통해 북극 안보를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라르스 로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같은 날 성명에서 “오늘 하루가 시작보다 더 나은 분위기로 마무리되고 있다”며 “이제 마주 앉아서 덴마크의 레드라인을 존중하면서 북극에서 미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고 밝혔다.

도현정·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