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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DNA, 글로벌 빅테크 정조준…韓 통신업계 ‘촉각’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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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DNA, 글로벌 빅테크 정조준…韓 통신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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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단일 네트워크 시장 위한 DNA 발의…망사용료 협상 개입 등 포함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유럽이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통신 분야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법제 개편에 착수했다. 국가별로 분절된 규제 체계를 정비해 유럽연합(EU) 차원의 단일 네트워크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망 공정기여(Fair Share)를 둘러싼 ISP-CP 분쟁조정 메커니즘 역시 포함되면서 이에 반대해 온 미국의 대응은 향후 입법 절차의 변수로 떠오른다.

◆EU, 디지털네트워크법(DNA) 발의…단일 네트워크 시장 구상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1일(현지시각) 유럽 내 네트워크 질서 전반을 재정립하는 내용의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발의했다. 기존 유럽전자통신규범(EECC)을 개편하는 방향이다.

DNA는 EU 회원국별 상이했던 네트워크 규제를 단일 체계로 통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 보호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규제 중심 틀에서 벗어나 통신사의 투자 여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EC는 “EU는 현행 통신 관련 법적 틀인 지침(directive) 체계가 회원국 간 규제 분절을 초래해 진정한 단일 시장 구축을 가로막아 왔다고 보고 있다”라며 “DNA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해 법 체계를 단순화하고 규제 조화를 높이는 한편, 경쟁력과 회복성을 강화해 보다 통합된 단일 시장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주파수·통신장비 규제 손질…유럽 통신 투자 여건 개선

법안은 우선 주파수 이용의 효율화를 도모했다. 주파수를 장기 또는 무기한 할당해 5G·6G 등 장기 투자계획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한편 사업자가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엔 할당을 취소하거나 재임대할 수 있도록 주파수 가용성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했다.

또 기존 2030년 종료 예정이던 구리망 사용 기한을 2035년까지로 연장해 조기 종료에 따른 통신사의 비용 부담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통신장비 분야에서 DNA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고위험 공급업체’로 분류하고 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경우 핵심 주파수 접근을 제한하도록 했다. 보안 리스크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유럽 내 중국산 장비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는 “주요 유럽국가 중 그간 미온적이었던 독일, 이탈리아 등이 본격적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노키아, 에릭슨이 직접 수혜를 보겠지만 삼성도 일부 낙수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삼성 갤럭시에 대한 선호가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망 공정기여’ 제도화…ISP-CP 분쟁에 규제 개입


특히 이번 법안엔 쟁점이 됐던 ‘망 공정기여’ 관련 조항 역시 포함됐다. 통신사와 글로벌 빅테크 간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 등 분쟁에 대해 국가 규제기관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조정 회의(conciliatory meeting)’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개별 사업자 간 자율 협상 영역에 머물러 있던 망 이용대가 문제를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전환해 그간 망 이용대가 협상에 응하지 않는 미국계 글로벌 빅테크들에 대해 EU가 규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은 법안 발효 후 1년 이내 ICT 사업자간 협력 촉진을 위한 트래픽 연결 관련 모범 사례 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분쟁 발생 시 지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 DNA 통과까진 통상 마찰 ‘험로’ …GDPR 사례에 낙관적 전망도

DNA가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안 발표 이후 실제 입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미 미국과 EU는 망 사용료를 두고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최근 디지털 무역장벽 해소와 관련한 합의에 망 사용료 문제가 포함됐다고 주장한 반면 EU는 이를 즉각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해당 문제는 여전히 유럽의 입법·규제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낙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유럽의 경우 높은 규제법으로 평가받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도 통과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유럽은 GDPR을 통해 하나의 정책을 전 세계적 규범으로 확산시킨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며 “더욱이 DNA의 핵심은 조정 회의 제도 도입 이전에 싱글 유럽을 위한 통합 네트워크 규칙을 구축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겐 환율 문제로 미국의 협력이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DNA는 당장의 실행보다는 정책적 명분과 정당성을 축적하는 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 EU 논의에 한국 망 이용대가 입법에도 영향 촉각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통신업계 역시 DNA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이용대가 입법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상황에서 EU가 관련 논의를 제도화할 경우 국내엔 입법의 선례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인터넷망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따른 비용인 망 사용료는 통신사업자(ISP)에 부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이 망 이용대가 논의 자체를 회피하면서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CP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AI 확산으로 네트워크가 핵심 인프라로 재부상한 상황에서 통신업계는 이 같은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관련해 입법 논의도 있었다. 21대 국회에선 총 8건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최수진 의원(국민의힘)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SP와 대형 CP 간 공정한 망 이용을 위해 유럽 규제기관 차원의 분쟁조정 메커니즘과 세부 지침을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AI 시대 트래픽 증가와 5G SA 등 통신 인프라 진화를 고려할 때 보다 합리적인 네트워크 활용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그간 관련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 없는 합리적인 법·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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