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보다 비싸도 “없어서 못 사”
소비침체 무색한 두쫀쿠 신드롬
경험·과시용 소비수단으로 활용
‘맛·원재료·가격’에 지속성 달려
소비침체 무색한 두쫀쿠 신드롬
경험·과시용 소비수단으로 활용
‘맛·원재료·가격’에 지속성 달려
20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 내 카페에서 고객이 두쫀쿠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
“여기도 없대요. 내일 아침 9시에 다시 와봐야죠.”
20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1층 라운지 카페에는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텅 빈 진열대를 살펴보다, 남은 제품이 없다는 직원의 말에 아쉬운 듯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두쫀쿠는 3개에 2만5000원이다. 한 개에 8300원꼴로 비싸지만, 매일 오전 9시 영업 시작과 함께 동이 나고 있다. 여의도 직장인 오모(34) 씨도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본 적이 없어 왔다”며 “너무 일찍 품절이라 아쉽다”고 전했다.
▶고물가에도 ‘매진·매진·매진’=두쫀쿠 열풍 전 외식 시장은 소비 침체와 고물가로 위축돼 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109.9를 기록했다. 낙폭은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2024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소비심리 위축은 고물가에서 비롯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서울 기준 짜장면 1그릇은 7654원, 김치찌개 백반 1인분은 8654원, 칼국수 1그릇은 9923원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짜장면은 3.11%, 김치찌개 4.65%, 칼국수 5.73% 올랐다. 칼국수 1만원 시대가 열렸다는 우려도 나왔다.
두쫀쿠는 달랐다. 비싼 몸값에도 입소문을 타며 고물가를 비웃듯 소비자들을 끌여들였다. 1만원이 넘는 일부 매장의 판매가에도 연일 매진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후기가 이어지면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21일 기준 인스타그램 두쫀쿠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글은 6만9000개를 넘어섰다. 심지어 높은 당 함량으로, MZ세대가 중시했던 ‘건강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었다.
▶‘맛’ 넘은 경험 소비가 인기 비결?=입소문의 시작은 ‘맛’이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통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간식을 먹는 이유로 ‘기분 전환’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후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여기에 재미와 과시욕이 덧칠됐다. ‘두바이’라는 지역명이 주는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더해지며, 두쫀쿠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SNS에 올리고 공유할 만한 소비 대상이 됐다. 비싼 가격 자체가 ‘경험 소비’이자 ‘인증 소비’의 수단이 된 셈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맛에 대한 만족감과 유행에 편승해 소비하는 밴드왜건 효과가 더해지며 ‘너도나도 먹어봐야 하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며 “자기만족과 함께 남에게 과시하면서 보상 심리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대국으로 불릴 만큼 성장하면서, 식품 소비도 생계 중심에서 개인의 취향과 만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입맛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급 디저트·간식이 빠른 공유와 확산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열풍의 시험대, 과연 지속성은?=인기의 지속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탕후루’나 ‘뚱카롱’처럼 반짝 유행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지난 2023년 열풍을 타고 매장을 500여개까지 늘렸던 왕가탕후루도 현재 78개 매장만 남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행성 식품의 경우 수요가 급격히 꺼질 가능성이 커 자영업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초기 인기에 기대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유행이 지나간 뒤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쫀쿠 열풍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격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 구조를 갖추는 등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두쫀쿠에 들어가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도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맛 경쟁력과 함께 원재료 조달, 가격 구조 전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판매 채널부터 편의점까지 관련 제품을 쏟아내면서 경쟁력과 매력도가 급격하게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