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데스크칼럼] 코스피 5000, 모두의 축배일까

헤럴드경제 박세환
원문보기

[데스크칼럼] 코스피 5000, 모두의 축배일까

속보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철회 효과 지속,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 상승 출발

‘코스피 5000 시대.’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자본시장의 성숙과 도약을 상징하는 성과처럼 보인다. 선진국 지수 반열에 오르고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며, 국민 자산이 함께 불어나는 장밋빛 미래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러나 이 숫자를 조금만 비켜서 바라보면,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코스피 5000’은 과연 누구의 5000인가.

코스피 지수는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소수 대형주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다. 시가총액 가중방식이라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번 랠리 역시 반도체, 조선, 방산, 2차전지 업종의 기업이 급등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다수의 중소형주, 내수주, 전통산업주는 지수 상승과 무관하게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히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투자자 다수는 수익을 체감하지 못하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자본시장을 넘어 사회적 빈부격차의 축소판과도 닮아 있다. 주식 상승의 과실은 이미 자산을 보유한 계층, 그것도 대형 우량주에 접근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집중된다. 반면 월급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소액투자에 의존하는 다수의 개인에게 주가 상승은 뉴스 속 이야기로 남기 쉽다.

이미 우리는 이 과정을 경험한 바 있다. 2020~2021년 유동성 장세에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지만, 그 과실은 고스란히 자산 보유자에게 돌아갔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상징적 장면이 있었음에도,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변동성 속에서 손실을 떠안아야만 했다.

‘코스피 5000’이 정책 목표나 국가 성과처럼 소비될 위험 때문이다. 지수 상승은 분명 긍정적 신호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자본 유입, 연금 자산의 가치 상승 등 여러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지수 그 자체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순간, 분배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숫자는 올라가지만, 사회적 신뢰와 체감 경기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더욱이 자산 양극화는 단순한 부의 문제를 넘어 기회의 격차로 이어진다. 자산이 있는 사람은 하락장에서 버틸 수 있고, 상승장에서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반면 자산이 없는 사람은 변동성 자체가 위험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은 곧 생활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코스피 5000’이 이런 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축하할 숫자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신호다.


중요한 질문은 “코스피가 5000 이상을 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반하느냐”이다. 대형주 중심의 지수 상승을 넘어,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경로를 넓히고, 장기 투자와 연금·간접투자를 통해 시장의 성과가 보다 넓게 공유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부를 증폭시키는 기계’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부를 순환시키는 인프라’가 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코스피 5000’은 분명 하나의 이정표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의 숫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지수의 고점이 아니라, 삶의 저점이 함께 올라가는 사회. 그때 비로소 ‘코스피 5000’은 일부의 성과가 아니라, 공동의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박세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