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검증 브랜드 묶어 글로벌 메이저 리테일 진입
플랫폼 주도 확장 본격화…K뷰티 성장 이후도 과제로
플랫폼 주도 확장 본격화…K뷰티 성장 이후도 과제로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CJ올리브영이 세계 최대 뷰티 유통 채널 세포라와의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대표 뷰티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유통 허브로 도약을 본격화했다.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큐레이션·인큐베이팅 역량을 바탕으로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메이저 리테일 진입을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포라와 손잡은 올리브영…K뷰티 글로벌 유통 진입
올리브영은 지난 1월 세포라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리브영이 직접 큐레이션한 ‘K뷰티 존’을 세포라 온·오프라인 채널에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 북미(미국·캐나다)와 아시아 주요 국가 등 6개 지역을 시작으로, 향후 중동·영국·호주 등으로 확대해 전 세계 세포라 매장에서 K뷰티 존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양사 협업은 올리브영이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인큐베이팅 성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기준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100억 클럽’ 브랜드는 116개로 집계됐다. 2020년 36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브랜드도 빠르게 늘었다. 닥터지, 달바, 라운드랩, 메디힐, 클리오, 토리든 등 6개 브랜드가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메디힐은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론칭 5년 미만의 신진 브랜드부터 20년 이상 업력을 쌓은 장수 브랜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에서 성과가 나타나며, 단일 히트 상품이나 일회성 트렌드에 의존하지 않는 성장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검증된 브랜드 풀(pool)’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세포라와의 협업이 단순한 입점 확대가 아니라, K뷰티 브랜드를 선별하고 기획하는 주체로서 올리브영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올리브영은 이번 협업에서 세포라의 글로벌 기준에 맞춰 K뷰티 존의 상품 구성과 매대 기획, 마케팅 방향 설정 등 기획 전반을 담당한다. 세포라는 매장 공간과 현지 유통·판매 실행을 맡는다. 개별 브랜드가 단독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과 달리, ‘K뷰티’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하나의 기획 단위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내에서 이미 형성된 외국인 소비 기반도 글로벌 확장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 전국 매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관광객 구매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주요 관광 상권의 매장을 글로벌 쇼룸이자 테스트베드로 운영하며 해외 수요를 사전에 검증해온 구조가 글로벌 리테일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널 의존·지역별 전략은 과제
다만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해지고 있다. 세포라와 같은 메이저 유통 채널과의 협업이 확대될수록 특정 채널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지역별 소비 성향에 맞춘 큐레이션 고도화와 K뷰티 확장 이후에도 브랜드 자생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 설계가 향후 성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뷰티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개별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넘어, 국내 유통 플랫폼과 글로벌 리테일 간 역할 분담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K뷰티 브랜드들은 개별적으로 해외 유통망을 뚫어야 했다면, 앞으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집단 진출 모델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브랜드의 글로벌 진입 방식뿐 아니라, 국내 유통사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유통 채널과의 협업이 확대될수록 K뷰티 산업 전반에서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시장별 소비 기준과 트렌드 차이가 큰 만큼, 획일적인 큐레이션이 아니라 지역별 전략을 얼마나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협업의 성과 여부는 단기 매출보다, K뷰티 브랜드들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