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사진=뉴스1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인정하면서 과거 내란 재판의 형량 기준을 참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판단이 향후 관련 재판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고 한 전 총리가 이를 적극 말리지 않았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재판이 향후 내란 관련 재판들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인지 아닌지 여부는 더 이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이 밖에 형량을 정할 때 전두환 전 대통령 사건 등 과거 내란 재판의 기준 등을 참고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있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처음으로 내렸다. 그동안 12·3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한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져 왔는데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형법상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성립한다. 재판부는 의회·정당 제도를 부인하고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내용의 포고령을 작성하고 군 병력과 경찰 공무원이 동원돼 국회 등을 점거한 일련의 행위 등에 대해 내란임을 인정했다.
이제 다른 내란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 아니라는 전제를 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각 법원 재판부는 독립적으로 판결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한 번 사법적 판단이 나온 사건을 뒤집으려면 이를 뛰어넘을 만한 전혀 다른 법적인 논리를 제시하거나 개별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상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다수의 사건들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들간의 형평성이 유지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장판사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기존 내란죄 판례의 형량을 이번 사건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를 '친위 쿠데타'이자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과거의 내란 사건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와 그 추종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며 이 같은 형태의 내란은 '친위 쿠데타'"라며 "'친위 쿠데타'의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 판결의 형량이 이번 판결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를 다루는 사건들은 종전의 판결 형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형량을 정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한 전 총리에게 내려진 징역 23년은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 8년이나 많다. 재판부가 이 같은 형량을 선고하며 한 전 총리를 법정구속까지 시킨 만큼 다른 사건에서도 중형 선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 같은 점을 종합할 때 12·3 비상계엄 선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피고인들에 대한 사법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는 윤 전 대통령 역시 중형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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