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집안일을 하다가 쓰러진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1월 14일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지정순 씨(68)가 간장, 양측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2일 밝혔다.
지 씨는 지난해 11월 3일 집에서 설거지하다가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지정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가족은 뇌사 상태에 빠진 지 씨가 깨어나지 못해 힘들었다. 하지만 지 씨가 장기기증으로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 씨가 삶의 끝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했다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정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가족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지 씨는 밝고 자상한 성격으로, 눈물과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나훈아의 노래를 즐겨들었으며, 여행과 산책을 좋아했다.
지 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7년 넘게 병간호한 효심 깊은 딸이자 가족을 우선으로 하는 희생적인 어머니였다.
지정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지 씨의 딸 어유경 씨는 “살면서 엄마 보고 싶은 적이 없었어. 언제나 항상 옆에 있었잖아. 그런데 두 달 정도 지나니까 너무 보고 싶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는 한데, 엄마처럼은 못하겠지만 아빠랑 다른 가족들 잘 챙기고 잘 지내도록 할게. 엄마, 하늘에서 마음 편히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정순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지정순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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