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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주꾸미와 CPU가 바꾼 분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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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주꾸미와 CPU가 바꾼 분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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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기자] 수입 신고서에 적히는 한 줄의 품목번호는 세율과 원산지를 함께 결정한다. 지난 2025년 말 열린 관세품목분류위원회 결정은 식탁 위 수산물부터 데이터센터 장비까지, 분류 기준이 산업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줬다.

관세청은 2025, 8회 관세품목분류위원회에서 9건의 품목분류를 확정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수출입물품 등에 대한 품목분류 변경고시' 개정안을 1월 22일 관보에 게재했다. 위원회는 수입물품의 세율과 원산지를 가르는 핵심 판단 기구로,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 공무원이 함께 참여해 운영된다.

첫 번째 쟁점은 주꾸미였다. 절단해 소매포장한 뒤 냉동한 주꾸미를 '옥토퍼스속 주꾸미'로 볼 것인지, '기타 연체동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 적용 세율이 달라진다. 기존 체계에서는 주꾸미를 옥토퍼스속으로 분류해 왔으나,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수산어종시스템에서 학명이 암피옥토퍼스속으로 변경되며 논의가 다시 이뤄졌다.

위원회는 학명 변경이 분류학적 명칭 정리에 해당할 뿐, HS 품목체계 자체의 변경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어와 낙지와의 형태적 유사성, 기존 분류 관행을 함께 고려해 주꾸미를 제0307.52-3000호로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정은 수산물 분류 기준의 연속성을 지키는 동시에 업계의 통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관세청은 이 사안을 세계관세기구 안건으로 올려, 학명 변경 상황에서의 국제 기준 논의도 이어갈 방침이다.

두 번째 판단 대상은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CPU 쿨러였다. 냉각액과 팬을 함께 사용하는 CPU 쿨러를 팬이나 냉각기로 볼 것인지, 컴퓨터 부품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위원회는 해당 물품이 여러 구성요소가 결합돼 CPU 냉각이라는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고, 컴퓨터에 전용 또는 주로 사용된다는 점을 종합해 컴퓨터 부품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제8473호가 적용돼 관세 부담 구조도 명확해졌다.


관세청은 이번 결정을 세계관세기구 분류 기준과 궤를 같이하는 판단으로 보고 있다. 첨단 장비와 식품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는 환경에서, 품목분류 기준을 선제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현진 세원심사과장은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 활용도 함께 언급했다. 수출입 전에 품목번호 판단이 어려운 경우 사전심사를 신청할 수 있고, 올해부터는 사전심사 결과에 따라 수정 신고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 납부 세액의 10%가 감면된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품목분류위원회를 통해 분류 기준을 정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세율과 산업 환경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작업이 관세 행정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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