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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방염·공기질을 하나로...제이치글로벌 오주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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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방염·공기질을 하나로...제이치글로벌 오주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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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방염·공기질을 하나의 건축 소재로 묶어

-공공 실증과 조달 구조를 통해 ‘설명해야 하는 기술’이 아닌 ‘이미 쓰이는 기술’로 시장 개척

-친환경을 비용이나 캠페인이 아닌 ‘오래 쓰이는 구조’로 재정의

미세먼지 경보가 일상이던 시절, 오주명 제이치글로벌 대표는 아이를 밖에 내보내지 못하고 창문을 닫아야 했던 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환경 문제는 늘 그렇게 개인의 일상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는 오랫동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다루는 국가 연구 프로젝트에서 실증 책임자로 일하며 수많은 기술과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그러나 연구가 끝난 뒤에도 현장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기술이 머무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연구 결과가 연구실에만 남고, 실증은 반복되지 못한 채 시범사업으로 끝나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오주명 제이치글로벌 대표. 단열·방염·공기질 개선 기술을 하나의 건축 소재로 구현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술보다 먼저 던진 질문, 그리고 방향 전환


제이치글로벌의 출발점은 흔히 말하는 ‘혁신 기술’이 아니다. 오 대표가 처음 던진 것은 질문이었다. 왜 공기질 개선 기술은 늘 실외에만 머무는가. 왜 단열, 방염, 공기질은 각각 다른 자재와 공정으로 나뉘어 있는가. 왜 친환경 기술은 늘 비싸고, 공공 실증에서만 머무는가.

그는 이 질문의 답을 새로운 기술 개발이 아니라, 적용 방식의 전환에서 찾았다. 미세먼지 저감에 활용되던 광촉매 기술을 ‘건축 소재’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옮겨온 것이다. 실외 중심 기술을 실내에서도 작동하도록 전환하고, 이를 도료 형태로 구현해 단열·방염·공기질 개선을 하나의 공정으로 묶는 방식이었다. 기존 시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조합이었다.

“기술은 이미 있었어요. 문제는 이걸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였죠.”


당시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광촉매는 햇빛이 있어야 작동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실내 적용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오 대표는 이를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잘못 설정된 전제로 봤다. 실내에서도 작동하지 않는 기술이라면, 결국 사람의 삶과 만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국의 연구진을 직접 찾아다닌 끝에 그는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실내 반응 기반 특허 기술을 만났고, 이후 양산 설비 투자와 반복 테스트, 실패를 전제로 한 실증의 시간이 이어졌다. 오 대표는 이 시기를 두고 “기술보다 먼저 버텨야 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설명하지 않고, 현장에서 증명하다


제이치글로벌의 전략은 명확했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연구실을 벗어난 기술은 전통시장 아케이드, 아파트 놀이터, 공공 주차장,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머무는 공간에서 효과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했다. 현장에서 돌아오는 질문은 늘 같았다. “그래서, 효과가 있느냐.”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까지 그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 결과는 공공기관 실증으로 이어졌다. LH 신기술 실증을 시작으로 인천도시공사, 인천항만공사 테스트를 거쳤고, 조달청 혁신제품 실증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실증 기업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연결된 사례는 제이치글로벌이 유일했다. 기술 설명이 아니라, 현장에서 쌓은 신뢰가 만든 결과였다. 결국 현대건설과의 계약 성사는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 됐다.


제이치글로벌은 연구 현장에서 축적한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의 상용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투자보다 중요한 것이 매출이 도는 구조


오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대신 매년 실제로 돈이 도는 구조를 먼저 설계했고, 그 해답을 공공조달에서 찾았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 검증되면 쓰고, 계약하면 바로 지급합니다.”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은 제이치글로벌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실증과 매출, 레퍼런스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후 연차별로 혁신제품을 확장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해왔다.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동일한 기술이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수익 구조를 만든 선택이었다.

여기에 더해 그는 기술을 독점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12건 이상의 기술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로열티 기반 수익 구조를 만들었고, 일부 파트너사는 혁신제품 지정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준만 제대로 만들면, 시장은 커집니다.”

이 전략은 단기 실적보다 산업 구조를 먼저 설계하려는 창업가의 판단에 가까웠다. 그 결과 제이치글로벌은 외부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도 연차별 실증 확대와 제품 고도화를 이어갈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공공 영역에서 검증된 기술을 민간 건축과 리모델링 시장으로 확장하고, 해외에서는 실증과 라이선스 아웃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계획 역시 이 구조 위에서 가능해졌다.

“회사가 커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 방식이 계속 쓰이느냐입니다. 그래야 기술도, 산업도 남습니다.”

투자보다 먼저 매출이 도는 구조를 만든 선택은 제이치글로벌을 ‘설명해야 하는 기업’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쓰이며 검증되고 있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오 대표의 창업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제이치글로벌의 단열·방염·공기질 개선 기능을 하나로 구현한 단열 페인트 제품.

해외 시장에서는 기술보다 검증 방식을 먼저 본다


해외 시장은 더 냉정했다. ‘친환경’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었다. 설명 대신 POC를 요구받았고, 데이터와 실증 결과가 전부였다. 한국에서의 실증 경험은 출발선에 불과했다.

코트라와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국가를 검토한 끝에 그는 사우디와 중국을 선택했다. 기준은 단순했다. 기술 연관성과 실제 적용 가능성, 그리고 장기적으로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였다. 사우디에서는 반복 방문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실증을 진행했고, 중국에서는 창업 경진대회를 계기로 국영·상장 기업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단기 계약보다, 현지에서 적용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한국에서 쌓은 데이터가 명함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증명해야 합니다.”

그에게 해외 진출은 확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검증 과정이었다.

친환경을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쓰는 것으로


오 대표가 말하는 친환경은 ‘덜 쓰는 것’이 아니다. “오래 쓰는 것”이다. 단열·방염 도료는 에너지 절감 효과뿐 아니라 결로와 곰팡이를 줄여 재시공 주기를 늦춘다. 이는 자원 절약을 넘어, 유지관리 비용과 예산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ESG는 총량의 문제입니다. 얼마나 덜 반복하느냐의 문제죠.”

그는 친환경을 캠페인이 아니라 수명과 구조의 문제로 본다. 자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자재, 다시 공사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환경 부담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논리다. 제이치글로벌이 전통시장, 노인 평생학습관, 아파트 놀이터 같은 생활 공간을 실증의 무대로 삼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은 사람의 일상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던 시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가 끝까지 남아, 제품으로 만들고 구조로 증명해야 한다. 오 대표의 창업은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다. 버틴 선택과, 돌아가는 구조를 먼저 만든 사람의 기록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도 현장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

한혜선 스타업 기자단 sunny@lunacellb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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