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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영리한 상업화 전략으로 돈버는 사업 구조를 만든 HEM파마지만 그렇다고 신약에 대한 야심을 버린 건 아니다. 축적된 10만건 이상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접근법은 다른 기업들과 확연히 다르다.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파이프라인 구축이 아니라 상업화 가능성이 명확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하나씩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미생물 치료제 특성 살려 면역항암제 유발 장질환 '정조준'
HEM파마는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미생물 치료제(LBP) 'HEM-002'를 개발하고 있다. 원래 해당 파이프라인은 대장암 수술 후 나타나는 배변 조절 장애 '저위전방절제 증후군(LARS)'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대장암 환자는 직장 절제술을 받은 후 빈번한 배변, 급박변, 변실금 등의 증상을 겪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호주 규제기관(HREC)으로부터 임상 2a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상태다.
최근에는 치료 환경 변화와 시장 수요를 반영해 면역항암제 부작용 치료제로 활용도를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허 만료에 맞춰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입증한 블록버스터 항암제지만 문제는 부작용이다. 키트루다 투약 환자의 30~40%가 설사, 장염과 같은 '면역치료제 유발 대장염'을 겪는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 투여를 중단해야 하는 만큼 해당 부작용을 줄이는 게 시장 경쟁력이다. HEM파마는 이 지점을 주목한다.
HEM파마는 미생물 치료제인 HEM-002로 증상을 완화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복구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장에만 작용하고 혈액으로 넘어가지 않아 키트루다와 같은 PD-1 항체 치료제와 충돌하는 약물 상호작용(DDI) 우려가 적다. 병용 파트너로서 강점이다.
현재 HEM파마는 HEM-002와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병용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제약사들과 기술이전을 논의할 계획이다. 키트루다는 2024년 기준 연간 약 4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허 만료 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형성되면 부작용 관리 솔루션 수요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키트루다·위고비 등 블록버스터와 병용, 미생물 역할 지속 발
HEM파마는 항암 분야 외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여러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다수의 국내 의료기관, 연구진과 협력해 다양한 질환을 공략 중이다.
류동렬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와는 근감소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근육 손실 부작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HEM파마는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물질을 활용해 근감소 개선과 신체 기능 유지를 중심으로 한 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55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IND 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진은 흡연자임에도 비교적 폐 기능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채취해 동물에 이식한 결과 흡연 환경에서도 폐 손상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해당 미생물이 만드는 특정 물질이 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요셉 HEM파마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단독보다는 기존 약물의 반응도를 높이는 병용요법이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2028년 키트루다 특허 만료 시점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혁 기자 info@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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