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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s Story #511] "AI가 못하는 건 책임지는 판단"

플래텀 김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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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s Story #511] "AI가 못하는 건 책임지는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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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의존은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판단의 주권을 어디까지 넘기느냐의 문제입니다."

AI가 보도자료를 쓰고, 마케팅 문구를 만들고, 기획안까지 정리해주는 시대다. 처음엔 신기했고, 이내 편리해졌고, 이제는 당연해졌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남는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가장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AI를 직접 만드는 사람일지 모른다.

손보미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마케팅을 했고,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2022년 스타씨드를 창업하고, 2024년 글로벌 PR 자동화 플랫폼 '퓰리처AI'를 출시했다. 좋은 서비스를 가진 사람들이 '글을 잘 쓰지 못해서' 기회를 놓치는 걸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만든 AI의 한계를 먼저 이야기한다. "손은 빌려줄 수 있지만, 판단은 빌려줄 수 없어요." AI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한계를 안다. AI 기본법이 시행되는 날, 그에게 AI와 사람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글을 못 써서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

글로벌 제약사 마케팅, 핀테크 성장까지 이끌다가 왜 PR AI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하셨나요?

글로벌 제약사와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업종은 달라도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고 전달하는 일은 항상 사람과 예산에 의존한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스타트업으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 뚜렷했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성과를 가지고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보도자료의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 차이가 실제 기사 게재 여부로 이어지는 경우를 반복해서 봤습니다. 내용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데도 보도자료 문법을 잘 모르거나, 핵심을 구조화하지 못하면 아예 기사 검토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여러 스타트업을 도우며 PR을 직접 지원하는 과정에서, 보도자료 작성·배포·성과 확인까지의 과정이 업종과 단계에 상관없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그때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걸 보면서, "이 영역은 AI가 가장 현실적으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PR AI를 선택한 이유는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실무적인 문제의식에서 비롯됐습니다. 누군가는 늘 해야 하지만, 늘 어렵고 비효율적인 이 일을 AI로 표준화하고, 누구나 접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시장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에 "AI가 기자처럼 쓸 수 있겠냐"는 회의적 반응도 있었을 텐데요.

물론 있었습니다. "결국 다 비슷한 문장 아니냐"는 질문도 종종 들었고요. 하지만 회의론의 본질은 기술 자체보다 '퀄리티를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LLM 모델을 그대로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보도자료라는 콘텐츠를 어떤 구조와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먼저 정의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보도자료 작성 흐름, 문단 구성, 핵심 정보 배치, 그리고 사용자가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해도 전문적인 결과물이 나오도록 돕는 인터페이스 자체를 기술적으로 정리했고, 이 부분을 특허로 출원·등록까지 이어갔습니다.

설득 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술 설명보다, 특허 기반으로 설계된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직접 써보게 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었어요. 사람이 쓴 글과 나란히 놓고 비교했을 때 "생각보다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질문은 "이게 가능하냐"에서 "어디까지 자동화할 수 있냐"로 바뀌었습니다.

또 하나 분명히 선을 그었던 건, 퓰리처AI는 기자를 대체하려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자의 판단과 취재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고, 퓰리처AI는 그 앞단에서 기자가 읽기 쉬운 형태로 정보를 정리해주는 역할에 집중합니다.


AI 기본법: 약인가, 독인가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시행령 초안을 처음 읽었을 때, "이건 됐다" 싶은 부분과 "이건 문제다" 싶은 부분이 있었나요?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시행령 초안이 나온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봤습니다. 그동안 생성형 AI 서비스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적 기준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용자 보호나 투명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장기적으로 산업 신뢰를 쌓는 데 필요하다고 봅니다. AI가 어디까지 활용됐는지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 자체는 결국 사용자와 시장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초안을 읽으면서 느낀 건,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본 경험보다는 개념적인 위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설계된 인상이 강하다는 점이었어요. AI 기술과 서비스는 굉장히 빠르게 진화하는데, 규제가 구체적인 방식이나 표현 단위까지 고정해버리면 현장에서의 실험과 개선 속도가 크게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규제의 해석 여지가 불분명할 경우 "이걸 해도 되는지"를 먼저 고민하느라 도전 자체를 미루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이 점은 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생성물" 표기 의무, 스타씨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스타씨드는 AI 생성물 표기 의무를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리하는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업계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키워드가 '휴먼인더루프(Human in the Loop)'인데, 퓰리처AI 역시 이 방식을 전제로 설계된 서비스입니다. AI가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를 확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입력하고, 사람이 검토하고, 사람이 최종 책임을 지는 흐름 안에서 AI가 초안과 구조화를 맡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퓰리처AI에서 생성되는 보도자료 역시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전제로 한 작업물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운영 측면에서는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 AI가 사용됐는지를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안내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요.

또한 내부적으로는 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외부에 배포하기보다는, 사실 확인과 표현 검토를 거치는 것을 서비스 운영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보도자료처럼 공적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콘텐츠일수록 Human in the Loop 구조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AI 스타트업 대표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준비된 곳이 있나요?

주변 AI 스타트업 대표들과 이야기해보면, 전반적으로는 "이제 정말 제도가 들어오는구나"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동안은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법이나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분위기예요.

준비 정도는 회사마다 꽤 차이가 납니다. 이미 AI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정의해 두고, 사람의 검토와 책임 구조를 전제로 서비스를 설계한 곳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반면, AI를 전면 자동화 도구로 내세워 온 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과정을 계기로 AI를 무작정 확장하기보다, 어떤 영역에서 사람을 도와야 하는지 다시 정리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아직 완전히 준비됐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이제는 기술뿐 아니라 운영과 책임 구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 법이 한국 AI 산업에 약이 될까요, 독이 될까요?

장기적으로는 약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AI 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려면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신뢰와 기준이 함께 만들어져야 하고, 그 역할을 제도가 일부 담당해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해외 시장이나 기업 고객을 상대할 때는 "이 서비스는 어떤 기준과 책임 구조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가"가 점점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 생긴다는 점은 한국 AI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기술과 서비스 형태가 빠르게 변하는 단계인데, 그에 비해 제도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언어로 설계되다 보니 현장에서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규제가 산업의 속도를 멈추는 장치가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느냐입니다. 시행 과정에서 현장의 피드백이 충분히 반영되고,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면 단기적인 부담을 넘어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여지도 크다고 봅니다.



AI의 한계: 부장급은 안 된다

고객이 "퓰리처AI가 대리-과장급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고 하셨습니다. 퓰리처AI가 못하는 '부장급' 역할은 뭘까요?

실제로 퓰리처AI는 대리나 과장처럼 주어진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정해진 형식 안에서 안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에는 강합니다.

반면 부장급 역할은 '이 이슈를 지금 이야기해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는 빼고 어떤 메시지는 강조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내용이 회사 전체 전략이나 시점과 맞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성과라도 "지금은 보도자료로 나갈 타이밍이 아니다"라거나, "이건 기사화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먼저다"라고 판단하는 건 아직 사람의 경험과 맥락 이해가 훨씬 중요한 영역이에요. 그건 단순한 데이터나 문장 생성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퓰리처AI를 '모든 걸 대신해주는 도구'로 만들기보다는, 사람의 판단을 더 잘 드러나게 해주는 도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리·과장급 업무를 AI가 안정적으로 맡아주면, 사람은 부장급 역할, 즉 전략과 판단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퓰리처AI가 못하는 부장급 역할은 의사결정 그 자체라기보다, 책임을 지는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영역은 앞으로도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AI가 잘 못하는 글쓰기 영역이 있나요?

네, 분명히 있습니다. 퓰리처AI가 모든 유형의 보도자료를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가장 어려운 유형은 사실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거나, 내부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해야 하는 보도자료입니다. 예를 들어 민감한 이슈 대응이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미칠 파장이 큰 사안의 경우에는 문장력보다 판단과 책임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AI가 개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기업의 맥락이나 히스토리를 깊이 이해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같은 표현이라도 과거의 사건, 조직 내부의 분위기, 대표의 의중 같은 요소들이 반영돼야 하는 경우에는 AI가 충분히 그 뉘앙스를 담아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퓰리처AI는 '모든 걸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판단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 그 내용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정리해주는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AI가 잘하는 영역과 사람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인 활용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단의 주권

언론사 출신 고객이 '대리-과장급 역할은 한다'고 평가했다고 하셨는데, 다른 반응은 어떤가요?

퓰리처AI를 처음 써본 분들의 반응을 보면, "글을 대신 써주는 도구"라기보다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주는 도구"에 가깝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표현을 추천해줘서 좋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1인 PR을 맡고 계신 분 중에는 "혼자 일하다가 팀원이 한 명 생긴 것 같다"고 표현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반복적인 초안 작업을 AI가 맡아주면서 부담이 줄었다는 이야기였어요.

생성형 AI 특유의 문체가 있어요. 퓰리처AI 문체도 있나요?

사실 퓰리처AI의 문체를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건 의도적인 설계에 가깝고요. 퓰리처AI는 하나의 프롬프트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아니라, 수십 개의 프롬프트가 상황에 따라 조합되어 작동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보도자료는 같은 내용이라도 문화권에 따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포인트나 익숙한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퓰리처AI는 언어권·문화권별로 서로 다른 프롬프트를 활용해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언어·문화권을 고려해 기사 작성 방식을 달리하는 기술을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기초 정보와 언어·문화권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문화권에서 익숙한 모델 언론사의 스타일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대형 언어 모델이 기사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각 문화권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읽히는 표현과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 기술이에요.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 피드백입니다. 퓰리처AI에서는 생성된 결과물에 대해 사용자가 '좋아요'나 '싫어요' 같은 방식으로 반응을 남길 수 있고, 이 피드백은 각 프롬프트의 가중치를 조절하는 데 활용됩니다. 그래서 문체가 고정돼 있다기보다는 사용자의 선택과 누적된 반응에 따라 계속 미세 조정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AI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써야 하나요?

퓰리처AI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가능한 한 상세한 내용을 입력하는 것입니다. 퓰리처AI가 웹페이지의 최신 정보를 참고해 보도자료를 생성해주기도 하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와 맥락은 결국 사용자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사업계획서, 회사소개서, 행사 기획안, 공고문처럼 이미 내부에 정리돼 있는 자료가 있다면 그 문서를 직접 업로드하거나 내용을 최대한 많이 입력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보도자료의 구체성과 현실성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입력하는 내용이 꼭 잘 정리돼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메모해둔 두서없는 아이디어나, 회의 중에 적어둔 문장 조각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기획 방향이어도 괜찮아요. 주제와 함께 그 주제에 해당하는 생각과 정보가 많이 들어갈수록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더 나은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주제만 던져두고 한 번 만들어본 뒤, "이건 이런 방향이다", "이 부분은 더 강조하고 싶다"는 식으로 정보를 조금씩 추가하면서 다시 생성해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키워드나 메시지가 점점 또렷해지더라고요.

AI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AI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 게 적정하다고 보세요?

요즘 우리는 AI가 요약한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AI가 작성한 초안을 검토하며 일을 완성합니다. 겉으로는 내가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AI가 설계한 프레임 안에서 선택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AI에 대한 의존은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판단의 주권을 어디까지 넘기느냐의 문제입니다.

AI는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작업에서는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 초안 작성이나 여러 표현을 빠르게 비교해보는 과정에서는 AI에 상당 부분을 맡겨도 무리가 없다고 봐요. 다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지금 이 메시지를 외부로 내도 되는지, 조직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할 영역입니다.

AI 기본법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기계의 산물인지, 누가 판단했고 누가 책임지는지를 숨길 수 없게 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회는 더 분명하게 책임의 주체를 묻고 있어요.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를 내 판단으로 끌어안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퓰리처AI 외에 업무에 쓰시는 AI 도구가 있나요?

생각보다 많은 도구를 사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거나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점검해보고 싶을 때 대화형 AI 도구를 활용해요.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생각이 있을 때 "이 관점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표현 가능성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메시지의 방향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AI에 먼저 묻기보다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한 뒤에 보조적으로 활용합니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제가 세운 가설이나 판단을 검증하는 역할로 쓰는 편이에요.

또 하나는 팀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용도로도 활용합니다. 어떤 단계에서 AI가 도움이 되고, 어디서부터는 오히려 사고를 단순화시키는지 살펴보는 것이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으로 AI를 많이 쓰기보다는,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실험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속도가 아니라 태도

1년 후, AI기본법이 정착되면 AI 서비스들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1년 뒤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퓰리처AI는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준을 더 분명하게 제시하는 도구'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기본법이 정착되면 사용자 역시 AI의 역할과 사람이 책임져야 할 영역을 더 의식하게 될 텐데, 퓰리처AI도 그 흐름에 맞춰 AI가 관여한 부분과 사용자의 판단을 보다 투명하게 구분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또 AI가 만들어낸 결과의 품질을 높이는 것만큼, 사용자가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에 비중을 두게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메시지가 더 적절한지 비교해보거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표현을 사전에 점검해보는 식의 지원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PR, 마케팅 담당자가 살아남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더 많이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하는 일은 앞으로 AI가 훨씬 잘하게 될 영역입니다. 대신 사람에게 남는 역할은 '이 메시지를 지금 내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지' 판단하는 일이에요. 실행 능력보다 중요한 건 문제를 정의하는 힘과 질문을 설계하는 사고력이라고 봅니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더 많은 일을 대신해주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중요해지는 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생각해요.

저는 AI를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퓰리처AI 역시 글을 대신 써주는 서비스라기보다,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남고 싶어요.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 결국 남는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그 결과를 내 판단으로 끌어안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 지금 우리가 AI를 대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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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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