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게임업계에 자사주 소각 바람이 거세다. 겉으로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춘 주주 환원책이지만, 속내는 성장 동력을 잃은 게임사들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로 몸집을 불리던 '성장 공식'이 깨지면서 미래를 위한 재원을 주가 방어에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에 소각까지"…실적 부진 속 총력 방어전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이 실적 희비와 관계없이 경쟁적으로 자사주를 없애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월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126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대량 소각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게임업계에 자사주 소각 바람이 거세다. 겉으로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춘 주주 환원책이지만, 속내는 성장 동력을 잃은 게임사들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로 몸집을 불리던 '성장 공식'이 깨지면서 미래를 위한 재원을 주가 방어에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에 소각까지"…실적 부진 속 총력 방어전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이 실적 희비와 관계없이 경쟁적으로 자사주를 없애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월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126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대량 소각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흑자를 낸 기업들도 사정은 급박하다. 컴투스는 이달 보유 자사주의 50%인 581억원어치(약 64만 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자 내린 강수다. 더블유게임즈 역시 이달 초 17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엠게임은 지난달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임직원 주식 보상을 동시에 발표하며 안간힘을 썼다. 3년 연속 배당(약 43억원)을 실시하는 것도 모자라 보유 중인 자사주 34만여주(발행 주식의 1.7%)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위메이드플레이는 지난해 10월 발행 주식의 약 8%에 달하는 169억원 규모의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며 강도 높은 주가 부양 의지를 보였고, 데브시스터즈도 같은 해 11월 27억원 규모를 태우며 대열에 합류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당시 공시를 통해 "2024년 영업이익의 10% 한도 내 규모를 재원으로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주가 방어에 투입했음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잉여 현금을 재투자해 미래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적자인 엔씨소프트는 물론 중견 게임사들까지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동시다발적으로 매달리는 건 역설적으로 '돈을 써서 성장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는 신호로 읽힌다.
우려되는 지점은 '기회비용'의 상실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및 콘솔 시장 개척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주가 방어에 소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률 감소와 실적 하락 등 성장 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과거의 성공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성장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면서 주가 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꼬집었다.
◆'방패'로서 가치 상실…상법 개정 전 '전략적 처분'?
일각에서는 이번 소각 러시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을 의식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정치권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과거 자사주는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백기사)에게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경영진의 강력한 '방어 수단'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방패'는 사라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경영권 방어용으로 쓰지 못하게 될 자사주를, 법적 강제성이 발효되기 전 미리 소각해 '주주 친화 기업'이라는 명분이라도 챙기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문제는 약발이다. 대규모 소각을 단행한 위메이드플레이와 데브시스터즈는 소각 후에도 고점 대비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고, 더블유게임즈 역시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최근 반등도 소각보다는 신작 '아이온2' 기대감이 주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주가 침체가 투자 위축과 자본 이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게임사들이 공유하고 있다"며 "다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소각에만 집중하는 것은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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