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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보수 대법관도 “독립성 훼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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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보수 대법관도 “독립성 훼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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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이사 리사 쿡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자신을 해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를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 이사 리사 쿡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자신을 해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를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하려 한 전례 없는 조치가 연방대법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열린 공개 구두변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행정부 논리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 심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도 수사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열려, 연준 인사에 대한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대법원이 어떻게 규정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워싱턴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를 들어 임기가 보장된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쿡 이사의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대법관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트럼프 대통령 지명)은 정부 주장대로 무제한적인 해임 권한을 인정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은 약화되는 수준을 넘어 박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해임이 허용되면 향후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 이유로 연준 이사가 반복적으로 해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임 절차의 정당성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쿡 이사의 해임을 예고한 뒤 불과 5일 만에 해임을 통보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트럼프 대통령 지명)은 “왜 청문회를 여는 것을 두려워하느냐”며 행정부를 질타했다. 쿡 이사에게 공식적인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고를 통보한 절차가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사유로 든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2021년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실제로 상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주거용’으로 표시해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통보했다. 쿡 이사는 고의가 아닌 행정적 오류에 불과하며 사기 의도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조지 W. 부시 대통령 지명)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작성되는 수많은 서류 가운데 하나에서 발생한 기재 오류가 해임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사유인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번 재판은 단순한 인사 분쟁을 넘어 연준의 독립성을 가를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신속하고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최근 법무부는 연준 청사 개보수 예산 초과 문제를 이유로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에는 파월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나란히 앉아 변론을 지켜봤다. 연준 전·현직 수뇌부가 이번 사안을 ‘연준 독립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연방준비제도를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한 여성이 서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연방준비제도를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한 여성이 서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주요 언론들도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법관들이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하려는 트럼프의 시도에 제동을 걸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이 쿡 이사의 직무 유지를 결정할 경우 트럼프의 연준 장악 시도는 당분간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레드라인’을 긋는 분위기”라며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들까지 포함해 다수가 행정부 논리에 회의적이었다고 전했다.



쿡 이사의 해임 조치와 관련해 법원은 해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에서 1·2심 모두 쿡 이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 열린 연방대법원의 공개 구두변론은 이 가처분 결정을 유지할지, 즉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쿡 이사를 직무에서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투는 절차다. 모기지 서류 기재가 연준법상 해임을 위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본안 소송은 현재 1심 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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