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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가 꼭 알아야 할 '노인증후군' [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뉴스1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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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가 꼭 알아야 할 '노인증후군' [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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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노화로 인한 각 장기의 항상성과 기능 저하는 생활습관, 정신적 태도, 환경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건강한 고령자라도 평소에는 생리적 노화 범위의 기능 저하를 보이지만, 스트레스·약물·질병·환경 변화와 같은 외부 자극이 더해지면 병적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 노화의 속도와 양상에는 개인차가 크지만, 평소와 다른 갑작스러운 기능 저하는 '정상 노화'가 아니라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는 여러 질병이 동시에 존재하는 질병다발성(multiple pathology)과 다제약물복용(polypharmacy)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이 겹쳐 기능 저하가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1919년 나셔(Nascher)가 'geriatrics'(노인의학)라는 용어를 제창한 이후 노인질환에 대한 진료와 연구 결과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과 상태를 포괄하는 실질적 임상 개념이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s)이다. 고령자를 진료하고 돌볼 때 직접 적용되는 생각의 틀이다.

출처 : 윤종률. 노년기 질환의 특징 - 노인증후군. 대한내과학회지. 2009;77(Suppl 4):S1051-S1057.

출처 : 윤종률. 노년기 질환의 특징 - 노인증후군. 대한내과학회지. 2009;77(Suppl 4):S1051-S1057.


노인증후군의 핵심 특징은 비전형성이다. 고령자의 질병 발현은 젊은 성인과 달라 이미 손상된 장기의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으며, 전형적인 임상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 당뇨를 앓은 고령자의 심근경색은 흉통이 없을 수 있다. 또한 보상 능력이 저하돼 있어 질병의 위중도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가벼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심부전을 유발하거나, 경도의 전립선 비대가 신장 이상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여러 장기의 경미한 이상이 중첩돼 심각한 상태처럼 보이더라도 개별 이상을 개선하면 전반적인 상태가 크게 호전되기도 한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청각·시각 장애, 우울, 빈혈, 전해질 불균형을 교정하면 인지 기능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요실금 역시 대변 매복, 약물, 과도한 소변량, 관절염을 함께 관리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나타난 인지 저하는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고령자에게는 병적 소견이 비교적 흔하면서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무증상 세균뇨, 낮은 골밀도, 불수의적 방광 수축 등을 과도하게 치료하면 오진과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령자는 하나의 증상에 대한 일대일 진단보다는 다발적 기저 원인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질병의 합병증과 후유증에 더 취약하므로 예방과 조기 치료의 효과가 더 크다.

그래서 노인병은 흔히 이동성(Mobility), 정신건강(Mentation), 배뇨(Micturition)를 뜻하는 3M의 병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의인성 질환, 가난, 사회적 역할 상실, 우울과 소외라는 '노인의 4중고'가 더해지면 기능 저하는 더욱 가속된다. 따라서 고령자 건강관리의 핵심은 기능 유지다.


대표적 노인증후군으로는 노쇠, 낙상, 섬망, 치매, 요실금, 다제약물복용, 구강 노쇠, 영양불량, 욕창 등이 있다. 이들은 상호 작용하며 악순환을 만든다. 구강 노쇠와 영양불량으로 인한 근력 저하는 낙상 위험을 높이고, 낙상은 활동 감소를 유발해 근감소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다제약물복용이 더해지면 어지럼증과 인지기능 저하, 구강 건조로 인해 흡인성 폐렴 위험이 다시 증가한다.

구강 노쇠는 노화로 인해 씹기, 삼키기, 말하기, 침 분비, 구강 면역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치아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능 저하 현상이다. 씹는 힘이 약해지거나 음식 섭취가 제한되면 단백질과 에너지 섭취가 줄어들어 영양불량과 노쇠를 넘어 불가역적인 질병인 근감소증과 삼킴 기능 저하로 인한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높인다. 더구나 구강 건조, 구취, 치아 상실은 발음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노쇠는 체중 감소, 악력 저하, 피로, 느린 보행, 활동 감소 중 세 가지 이상이 있을 때 진단된다. 노쇠한 노인은 입원, 장애, 사망 위험이 높고 의료 이용도 많다. 치매 유병률은 65세 이상에서 약 10%로 보고되며, 초기에는 건망증으로 오인되기 쉽다. 최근 기억 장애, 길 찾기 어려움, 계산 능력 저하, 성격 변화가 반복되면 전문 평가가 필요하다.


다제약물복용 역시 중요한 문제다. 2025년 6월 기준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진단받고 10종류 이상 약을 60일 이상 복용한 환자는 171만 7239명이었으며, 이 중 65세 이상이 138만 4209명으로 전체의 80.6%를 차지했다. 약물 수가 늘수록 어지럼증, 혼동, 변비, 식욕 저하, 낙상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수면제, 항불안제, 일부 진통제, 혈압약은 낙상과 직접 관련된다.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 전체 진료비의 약 45%를 차지했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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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의료현장에서는 포괄적 노인평가(CGA)를 활용한다. 신체, 인지, 정서, 약물, 사회적 지지, 환경을 함께 평가해 개별 맞춤형 돌봄 계획을 세운다. 혈압·혈당 수치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보행 속도, 낙상 위험, 인지 상태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올해 3월부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돌봄 통합 제도 정착을 위한 정책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의료, 요양, 돌봄을 하나로 연결하고,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체계를 만드는 과정이다. 특히 같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통합, 그리고 돌봄 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돌봄 제공자들 간의 통합이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통합의 출발점은 결국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협력할 때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고령자 개개인의 건강 문해력 향상과 함께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준비된 노후는 '수명'이 아니라 '기능'에 있다. 노인증후군은 관리할 수 있는 고령자 상태다. 고령자 건강보험 진료비가 50조 원을 넘어선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진정한 노후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잔존 기능을 지키며 가능한 한 오래, 타인의 도움 없이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이 수명만큼 길어지는 사회. 이것이 돌봄 통합이 지향해야 할 미래이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준비된 노후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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