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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 초대형 디지털 간판 속…유일한 텍스트 ‘광화문글판’ 존재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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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 초대형 디지털 간판 속…유일한 텍스트 ‘광화문글판’ 존재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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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교보빌딩에 설치된 광화문글판. 바로 옆 KT빌딩 대형 전광판에서 광고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배재흥 기자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교보빌딩에 설치된 광화문글판. 바로 옆 KT빌딩 대형 전광판에서 광고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배재흥 기자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사방을 둘러보자 초대형 디지털 전광판이 눈에 가득 찼다. 정면과 오른쪽에는 KT빌딩과 동아일보, 왼쪽과 뒤편으로는 세광빌딩과 코리아나호텔에 설치된 디지털 전광판에서 각종 광고 영상 등이 쏟아졌다.

규모로 압도하고 쉴새없이 바뀌는 화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멈춰있는 것이 있었다.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붙은 ‘광화문글판’이다.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이 싱거운 궁금증이/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교보생명이 36년째 계절마다 다른 문구로 희망 메시지를 전해온 ‘아날로그’ 광화문글판이 휘황찬란한 디스플레이에 둘러싸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광판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광화문글판이 가진 인문학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환경 변화에 발맞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가 대형 디스플레이로 뒤덮히기 시작한 건 지난해 상반기부터였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23년 지정한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광화문광장을 지정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4월 코리아나호텔을 시작으로 9월 KT 사옥 등이 잇따라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동아일보 사옥에 부착된 디스플레이 면적은 3000㎡ 로 국내 최대 크기다.

이날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대형 전광판에 눈길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여행 온 메가(30)는 “전광판이 크고 선명해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60대 시민은 “큰 전광판이 계속 늘어나는 게 바람직한진 모르겠다”며 “글판만의 전통과 고전미는 지켜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을 자주 지나다니는 직장인 김모씨는 “다른 디스플레이가 너무 화려해 광화문글판이 눈에 안 띄긴 한다”면서 “그래도 유일한 텍스트 글판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보빌딩의 주인인 교보생명도 고심이 깊다. 교보빌딩도 광화문광장 일대를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만드는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의 예비 사업자로 참여했다. 현재는 광화문글판 이외 다른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시기나 방식에 관한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 건물의 건축적인 가치와 기업의 철학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광판을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광화문글판은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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