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두 달째, 본질보다 프레임 싸움만
분노보다 냉정 필요할 때, 섣부른 규제 도입 우려
쿠팡 ‘대항마’ 만드는 게 중요, 유통법 개정 시급
쿠팡 키운 새벽배송 금지, 이제 풀어 생태계 키워야
분노보다 냉정 필요할 때, 섣부른 규제 도입 우려
쿠팡 ‘대항마’ 만드는 게 중요, 유통법 개정 시급
쿠팡 키운 새벽배송 금지, 이제 풀어 생태계 키워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촉발된 ‘쿠팡 사태’가 두 달째(고객 공지 기준)를 맞는다. 한 때 ‘한국 스타트업의 상징’이었던 쿠팡은 두 달여만에 ‘비도덕적인 미국기업’으로 추락했다. 보안사고라는 본질을 넘어 그간 쿠팡을 향한 비판은 정치·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전개됐다. 노동 환경 문제, 국회 대관 문제 등 보안사고를 기점으로 그간 쌓여왔던 쿠팡에 대한 분노를 한번에 터뜨리는 모습이다.
물론 쿠팡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 정부의 부름에도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창업자(김범석 쿠팡Inc 의장), ‘모르쇠’만 일관하는 미국인 임시 대표(해롤드 로저스) 등 최근 쿠팡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만 봐도 그렇다. 쿠팡과 국회 모두 사안의 본질보다는 정치적·법률적 ‘프레임’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이 한 명의 국민 입장에선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국회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쿠팡이 ‘괘씸’하고, 쿠팡은 국회를 ‘우습게’ 여긴다는 게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이런 싸움은 매우 피곤하다. 본질만 도려내면 될 것을, 괜히 다른 부분까지 엮어 타격을 주려고 한다. 이제 쿠팡 사태는 ‘분노’보다는 ‘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다소 우려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유료멤버십 대상 ‘번들링’(패키지 판매) 전략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해당하는지를 심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처럼 온라인 쇼핑 시장이 아닌, 직매입 등으로 물류를 직접 통제하는 사업자만 따로 시장을 획정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네이버와 신세계까지 포함된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
물론 쿠팡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 정부의 부름에도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창업자(김범석 쿠팡Inc 의장), ‘모르쇠’만 일관하는 미국인 임시 대표(해롤드 로저스) 등 최근 쿠팡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만 봐도 그렇다. 쿠팡과 국회 모두 사안의 본질보다는 정치적·법률적 ‘프레임’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이 한 명의 국민 입장에선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국회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쿠팡이 ‘괘씸’하고, 쿠팡은 국회를 ‘우습게’ 여긴다는 게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이런 싸움은 매우 피곤하다. 본질만 도려내면 될 것을, 괜히 다른 부분까지 엮어 타격을 주려고 한다. 이제 쿠팡 사태는 ‘분노’보다는 ‘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다소 우려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유료멤버십 대상 ‘번들링’(패키지 판매) 전략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해당하는지를 심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처럼 온라인 쇼핑 시장이 아닌, 직매입 등으로 물류를 직접 통제하는 사업자만 따로 시장을 획정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네이버와 신세계까지 포함된다.
쿠팡을 잡겠다는 규제당국의 의지가 자칫 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공정위도 아직은 시장 획정부터 제재 수준까지 초기 검토 단계 수준이라곤 하지만, 그간 각종 규제에 속을 끓여온 유통업계 입장에선 벌써부터 불안감이 엄습한다. 규제라는 것은 말처럼 ‘핀셋’처럼 적용하기 쉽지 않은 만큼 어떻게든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산업을 향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규제를 만들기는 쉽지만, 이를 조정하거나 없애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국회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쿠팡이 괘씸하다고 해서 단순히 죽이려고만 하지말고, 쿠팡의 적절한 대항마를 키워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하면 된다. 그 첫 시작점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유통업계를 옥죄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이다. 유통법은 당시 전통시장 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 등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시간을 규제한 것이 골자다.
쿠팡이 유통법에 근간한 ‘새벽배송 금지’ 규제의 빈틈을 파고 들어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대형마트들은 새벽배송이 금지돼 관련 시장에서 쿠팡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약 10년간 새벽배송 시장은 급격히 커졌고, 대형마트는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신선식품 등에 노하우가 있고 전국 지역 각지 점포를 통해 중간 물류 인프라를 갖춘 대형마트들은 규제가 없었다면 쿠팡과 자연스레 경쟁에 나서면서 대항마가 될 기회가 있었겠지만, 유통법은 이 같은 가능성을 모두 잘라버렸다.
국회도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정치적인 셈법, 오는 6월 열릴 지방선거 등 국회의 우선 순위를 가를 변수들이 많다고 해도, 이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 일방적인 규제보다 시장을 치열한 경쟁 체제로 만들어 주는 것, 이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