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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은 알고 있었나?… 부정청약 적발해도 아파트 못 뺏는다

조선비즈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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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은 알고 있었나?… 부정청약 적발해도 아파트 못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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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결혼한 아들을 위장전입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결혼한 아들을 위장전입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마포 등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에 부정 청약해 당첨된 후 적발돼도 당첨자 지위가 인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을 써서 얻은 집이지만 그대로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부정 청약자로 인해 청약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은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는 부정 청약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부정 청약자의 지위를 박탈하지 못하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도정법에도 부정 청약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 법 공백으로 부정 청약 적발해도 지위 유지

22일 정비 업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부정 청약이 적발됐지만 당첨자 지위가 그대로 유지된 대표적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을 재건축해 2024년 8월 청약한 ‘디에이치방배’와 마포구 공덕동 공덕1구역을 재건축해 2024년 7월에 청약한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다.

이 단지에선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서 등을 이용해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를 동거하는 것으로 위장 전입해 가점을 높였고 청약에 당첨된 후 국토부의 조사로 적발된 사례가 나왔다. 국토부는 당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넘겼지만, 당첨자 지위는 인정됐다. 도정법에는 위장전입 등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없어 검찰이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안다”며 “두 곳뿐 아니라 래미안 원펜타스, 래미안 원베일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주요 단지에도 국토부에 적발된 사례 중 일부 지위가 취소된 경우도 있지만 그대로 유지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법은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제65조)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분양하는 공공택지에서 부정 청약으로 당첨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당첨자 지위 박탈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규정한 도정법에는 이런 처벌 규정이 없었고, 이런 사각지대를 이용한 부정 청약이 알음알음 이뤄졌다.


한 변호사는 “위장 전입 의혹을 받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부정 청약이 확인된다고 해도 처벌 조항이 없기에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결혼한 아들을 위장전입해 가점을 높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에 청약 당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곳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2024년 대법원이 부정 청약 ‘면죄부’

국토부는 매년 반기(6개월) 단위로 분양단지를 조사해 공급질서 교란행위가 의심되는 사례를 수사 의뢰한다. 반기별로 수백 건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직권으로 당첨자 지위를 박탈한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해 상반기 분양 단지 40곳을 점검해 252건의 부정 청약 의심 사례를 수사의뢰했다.

이렇게 부정 청약이 적발돼 당첨자 지위를 빼앗긴 사람 중 일부는 그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수용한다. 그러나 디에이치방배 등의 사례처럼 법적 대응에 나서 당첨자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또 혐의자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지 않거나 검찰이 불기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례가 확산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도정법상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2024년 5월 30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검찰이 A씨를 상대로 낸 부정 청약 취소 및 처벌 소송에서 피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남 고성군에 거주하던 A씨는 2021년 3월 경남 창원시에 재건축하는 아파트의 일반공급 신청 자격에서 창원시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창원시의 아파트에 위장 전입해 청약했고 같은 해 4월 당첨됐다. 이후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분양권을 매도해 1487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이후 부정 청약으로 적발돼 검찰은 주택법에선 부정 청약에 대해 처벌하도록 한 점을 근거로 A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창원지법은 재건축 아파트는 도정법에 따라 건설, 공급된 것이고 도정법에서는 일반분양 당첨자의 부정 청약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결했고 대법원에서도 원심을 인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찰이나 검찰도 대법원 판결 이후 재건축 부정 청약 적발 사례에 대한 수사를 그만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도정법에도 부정 청약 처벌 조항을 넣고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도정법에 부정 청약에 대한 처벌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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