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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알제리·요르단, 생리대 가격 세계 최고"···한국도 ‘공짜 생리대’ 가능할까

서울경제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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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알제리·요르단, 생리대 가격 세계 최고"···한국도 ‘공짜 생리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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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여성 손은주 씨. 손 씨는 매달 할인이 크고 대용량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에서 생리대를 구입한다. 3~4시간에 한 번 생리대를 교체한다면 하루에 필요한 생리대는 6~8개. 평균 월경 기간 5일을 곱하면 한 달에 최대 40개의 생리대가 필요한 셈이다. 손 씨는 “매달 2만 원 이상을 생리대에 쓰는 게 가끔은 억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이 높다면서 “국가가 위탁생산해 무상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한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국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생리대를 무상 공급한 스코틀랜드의 방식이 국내에도 도입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일 미국 원격의료 플랫폼 플러시케어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한 달치 생리용품 가격은 25.4달러(약 3만 7300원)로 알제리(34.05달러)·요르단(26.51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생리용품이 비싼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이는 생리 기간에 쓰이는 생리대와 탐폰, 진통제(이부프로펜) 모두 합친 가격이다. 반면 조사 대상 107개국 중 생리용품이 가장 저렴한 나라는 인도(2.91달러)였다. 월 소득 대비 생리용품 지출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영국(0.12%)이었다.

국내 생리대의 비싼 가격은 국내 조사에서도 언급된다. 2023년 여성환경연대는 ‘일회용 생리대 가격·광고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내고 국내외 일회용 생리대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이 국외 생리대보다 195.56원(39.55%) 비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수치도 여성환경연대의 해당 조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가 40% 가까이 비싼 것 같은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면서 “아예 국가가 위탁 생산해서 일정 대상에게 무상 공급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고급화·규제·세금…가격 밀어올린 3가지 요인



생리대의 높은 가격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 2017년 생리대 파동도 이 중 하나다. 유해물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는 유기농·순면·안전 인증 등 각종 고급화 전략을 펼쳤는데 이러한 전략이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여성환경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유기농 생리대는 일반 제품보다 비쌌고 소비자들은 유기농 생리대를 사용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141.39원(26.56%)을 더 사용하고 있었다. 안전함을 나타내는 지표인 인증 마크도 생리대 광고마다 평균 3.36개가 쓰이고 있었다.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 위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생리대가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의약외품의 특성상 업체들이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고 별도로 규정한 제반 시설이 공장에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는 중소기업이 시장으로 신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안기기도 한다.

세금 문제도 제기된다. 생리대 세금을 낮추기 위한 여성 사회의 노력으로 2004년 10%의 부가가치세는 면제됐지만 여전히 생산·유통 단계에서는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은 2021년 생리용품을 사치품에서 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하며 세율을 낮췄고 캐나다·인도·호주 등 국가는 아예 세금을 전면 폐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전날 성명을 통해 “월경용품에 영세율(0원 세율)을 적용하면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은 공급가액의 10%가 아닌 0%가 적용된다”면서 “현재 국내 중형 생리대에 영세율을 적용하면 월경 기간 동안 생리대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월평균 2000~4000원, 연간 최대 5만 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 생리대 무상 지원, 스코틀랜드는···

이 대통령이 말한 ‘생리대 무상공급’의 원조는 영국 스코틀랜드다. 2021년 스코틀랜드는 ‘생리용품 무료 제공법’을 제정하고 월경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득이나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 복지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교육기관은 생리대를 비치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됐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학교 화장실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 비치해놓은 생리대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생리용품 접근성을 위해 정부가 ‘픽 업 마이 피리어드(PickUpMyPeriod)’라는 앱을 직접 개발했다는 점이다. 해당 앱을 이용하면 GPS를 통해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생리대 거치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시행된 시범 사업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스코틀랜드 정부에 따르면 2020년 청년들의 65%가 학교와 대학에서 무료 생리용품을 사용했다. 이 중 84%는 ‘이 제도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83%는 ‘생리에 대한 걱정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국가 주도로 이뤄진 무상 공급이 여성들의 삶 전반에 활력을 불러온 셈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국가가 생산하게 되는 ‘표준 생리대’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설정할 수 있느냐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월경량이나 선호 제품이 개인마다 크게 달라 단일 규격의 생리대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생리용품만을 국가가 직접 생산·공급할 경우 다른 생필품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대상 확대 등 관련 제도 개선이 가능한 사항에 대해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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