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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그대로…'스텔스 증세'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박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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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그대로…'스텔스 증세'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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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팡 투자사 "한국 정부가 차별적 대우" 조사 요청<로이터>
[종진's 종소리]

[편집자주] 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올해 CES(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에서 현대자동차는 로봇 기업으로의 변신을 세계에 알렸다. 2년 뒤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될 '아틀라스' 등 로보틱스 기술에 시선이 집중됐고 현대차 주가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총괄 지휘하는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승계가 끝나지 않았다. 해묵은 최대 골칫거리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도 상속세를 아직 내는 중이다. 최대 60% 세율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는 기업인들에게 큰 짐이다.

정책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사석에서 "상속세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소신을 밝혀왔다. 세수 전체로 따지면 고작 1~2% 수준인 상속세지만 당사자에게는 기업 승계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세율이 높기 때문에 그간 온갖 편법과 탈법이 동원됐다는 얘기다. 기업 지배구조는 뒤틀렸고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친 폐해와 사회적 비용은 측정조차 힘든데 이 역시 과도한 상속세가 원인이라는 인식이다.

#기업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일반인들도 상속증여세 부담권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2000년 676조원이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4배 가까이 늘었다. 그 사이 3.3㎡(1평)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7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뛰었다.

그런데 과표구간 등은 26년째 그대로다. 사실상 상당한 증세다. 캐나다와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상속세율도 25% 남짓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개인당 1399만 달러까지 면세다. 즉 부부가 약 400억원 정도는 세금 한 푼 없이 상속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을 떠나는 사람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 이민 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떠난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가는 2년새 6배 늘어난 약 2400명이다. 한 주요 기업 임원은 "돈 있는 사람이 등지는 나라는 그 자체로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부자 감세로만 볼 일은 아니다. 돈을 돌리는 효과에 눈을 돌려보자. 부모가 살아있을 때 물려주는 증여는 내수 활성화와 직결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70대 이상 부모 세대의 자산을 30~50대가 보다 손쉽게 활용토록 하면 소비회복 등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는게 여러 전문가의 조언이다. 일본에서 시행 중인 '부의 회춘' 정책이 같은 맥락이다. 물론 세수 감소 우려가 적지 않지만 일시적으로 줄어도 전체 경제가 살아나면 중장기적으로는 세수가 더 많이 걷힐 수 있다.

#상속증여세 제도는 지난해에 개편을 추진하다가 결국 무산됐다. 개개인이 받은 재산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등 오래도록 지적돼온 사항 중에 일부만 다뤘지만 관련 법을 바꾸지 못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상속세는 가장 꺼내기 힘든 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신년 기획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기업인에 대한 인식은 '국가 전략 자산'이었다. 이들을 옥죄는 세금이 글로벌 추세와 비교해 타당한지 살펴볼 만하다. 서울에 집 1채만 있어도 상속증여세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맞는지 행여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만 부담을 계속 지우는게 아닌지 제대로 따져볼 때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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